인수·합병 태풍속 증권가 '어수선'

여의도 증권가가 인수.합병 바람으로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어수선하다. PCA컨소시엄의 대투 인수 포기, SK증권 인수에 나섰던 서울증권과 SK네트웍스간협상 불발 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어수선한 증권가가 10일 우리금융의 LG투자증권 인수 협상이 조기 타결되면서 더 시끄러워졌다. 인수.합병 대상 증권사 노조는 힘에 부치는 `반대 투쟁'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고 직원들은 합병후 진행될 구조 조정을 걱정하고 있다. 10일 우리금융지주-산업은행 LG투자증권 인수 협상 타결 소식이 알려지면서우리증권과 LG증권 직원들은 `올 것이 왔다'는 불안감 속에 우리증권과 합병 과정에서 찾아올 감원 등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또 LG증권 인수를 반대해온 우리증권 노조는 11일 비상운영위원회를 비상투쟁위원회로 전환하고 긴급 회의를 소집, 향후 대책을 마련했다. `인수 임박' 설이 나돌면서 지난 9일 모 일간지 1면 광고를 통해 반대의 뜻을밝히고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던 우리증권 노조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 LG증권인수를 무효화시켜 보겠다는 입장이다. 김성호 위원장은 "공적 자금으로 회생한 우리금융이 경쟁력 강화 노력은 하지않은 채 덩치 불리기에 급급하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할 것이며 총파업도불사하겠다"고 말했다. LG증권 직원들도 고용 문제에 대해 적잖은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우리증권만큼 높은 수위의 불안감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노조 역시 현 단계에서 반대 또는 환영 입장을 취할 상황은 아니라면서도 무리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편 PCA컨소시엄의 인수 포기로 협상대상자가 하나은행으로 바뀐 대한투자증권쪽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 대투증권의 한 중간 간부는 "협상 상대가 외국계에서 국내 은행으로 바뀌면서구조조정의 규모와 피인수후 근무조건 등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득실을 따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회사의 성장성을 감안, 국내 업체의 인수도 그리 나쁘지 않다"며 "그러나국내 영업기반이 없는 PCA에 인수될 경우 다운사이징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대투 노조도 하나은행을 `반노동자적 기업'으로 지목, 반대 입장을 펴온 터라협상이 본격화될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를 제기할 전망이다. 한편 동원금융지주측의 실사를 실력 저지했던 한투증권 노조는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다소간 숨고르기를 하는 듯한 양상이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숨고르기가 `협상 결렬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노조가 `기업과 고용의 연속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신호경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