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360만명 사상최대] 잇단 대책 무위… 400만 눈앞

얼마나 더 늘어나야 멈출까? 정부와 금융회사들의 잇딴 신용불량자 구제대책에도 불구하고 신용불량의 멍에를 쓰는 사람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신용불량자는 내년 1ㆍ4분기에 400만명을 넘어 경제활동인구 5.5명에 1명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는 사람(신용불량자)`이 대여섯명에 한명 꼴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금융기관들이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 개인의 과잉부채로 인한 거품이 다 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은행 및 전업카드사들이 부실축소를 위해 현금서비스한도를 계속 줄이고 있어 돌려막기를 하는 `막장인생`들의 신용불량은 좀 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부실의 연착륙을 유도하면서 채무자들의 `모럴 해저드`도 막는 동시에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해 금융시스템이 제기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일이 우리 경제에 큰 짐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해법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신용불량자 400만 눈앞=정부의 잇단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난 2개월동안 개인 신용불량자 증가 폭은 오히려 확대됐다. 신용불량자의 월별 증가율은 지난 8월 1.98%로 7월의 3.75%에 비해 둔화돼 주춤하는가 했지만 9월 2.62%로 높아지고 10월에는 2.69%로 증가속도가 더 빨라졌다. 최근 LG카드 사태에 비춰 신용불량자는 이 달부터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업 카드사들은 작년말 101조이던 현금서비스이용한도를 올 9월말에는 58조9,000억원으로 무려 42조1,000억원(41.7%)나 줄였다. 앞으로도 더 한도를 많이 줄일 태세다. 우리카드가 이미 6만3,000명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카드 한도를 줄였고 삼성ㆍLG등 전업카드사들은 물론 국민은행과 BC계열의 대다수 은행들도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런 추세라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로 `돌려막기`를 하는 60만~70만명이 결국 신용불량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1ㆍ4분기에는 신용불량자가 400만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카드사 유동성 위기 재발 우려=문제는 악순환이다. 신용불량자들이 늘어나면서 신용카드사와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연체율이 높아지고 부실이 늘어나 고전하게 된다. 최근의 LG카드 사태 역시 기본적으로 이런 부실의 악순환 고리를 벗어나지 못했기 대문이다. 특히 카드사의 현금서비스한도축소는 `돌려막기 회원`의 자포자기로 이어져 다시 카드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이대로 현금서비스 비중을 높게 가져갈 수도 없어 신용카드사들은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결국 단기적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신용불량자들과 이로 인한 연체율증가를 견뎌내지 못하면 또 다시 체질이 약한 신용카드사 가운데 한 두 곳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될 전망이다. 임병철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는 `현금서비스한도축소→신용경색→신용불량자 증가`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실 연착륙이 경제회복의 `열쇠` =30만원씩 3개월을 못 갚거나 30만원 이하라도 3건 이상이 연체되면 신용불량자가 된다. 이 정도라면 경제활동을 제대로 영위하기 어렵다. 경제활동인구 5.5명 가운데 1명이 신용불량자라는 것은 소비주체가 그만큼 사라진 것으로 우리 경제의 고질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미국이 3ㆍ4분기 20년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세계가 전반적인 경기회복기에 접어들었는데도 우리나라가 아직 경기부진을 확실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가계부채의 거품을 완전히 제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계부실과 신용불량자 문제는 우리 경제의 당면과제가 됐지만 아직 정부는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신용회복지원 프로그램은 채무자의 모럴 해저드에 제동이 걸려 겉돌고 있고, 카드사 문제 역시 지난 상반기에 확실한 구조조정을 유도하지 못해 재발했고, 언제든지 또 터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신용불량자의 빚을 탕감해주거나 새로 돈을 꿔줘 부실을 감추는 미봉책은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대환 대출 등의 대책은 오히려 부실채권만 늘리고 신용불량자의 덩치를 키우는 문제가 있다”며 “가계부실 문제는 장기적ㆍ근원적인 처방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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