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자신뢰지수 오름세 반전 의미

채권자금 증시유입·달러강세로 낙관론 고개日 경제불안등 복병여전 "시기상조" 전망도 지난해 9월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던 소비자신뢰지수가 6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서고, 이에 힘을 얻어 주가가 급등하자 미국의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주식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은 "미국의 경기 침체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하는 등 일부에서는 여전히 하강국면 진입을 점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신뢰지수 상승 반전이 경기 회복의 청신호인지, 일시적 신기루인지는 조금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신뢰지수 상승 효과 두드러져 당초 월가 전문가들이 예상한 3월 소비자신뢰지수는 대략 104.1~104.9였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을 뒤엎고 전달보다 7.8이나 높은 117로 나타나자 일본은 물론 유럽증시까지 동반 상승세를 나타냈다. 증시 침체로 반대 급부를 누리던 채권시장은 이날 10년 만기 국채는 물론 2년짜리와 30년짜리 국채의 유통 수익률이 오르며(채권가격 하락) 속속 자금이 이탈, 증시로 물꼬를 틀었다. 또한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한때 달러 당 121엔 대까지 떨어졌으나 소비자신뢰지수 상승에 힘입어 122.22엔으로 마감했다. 다소 약세 기미를 보이던 달러가 재차 강세로 반전되는 모습이었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 전개에 따라 일부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차기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상당히 줄어 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 국민의 소비지출은 국내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나 되기 때문에 소비자신뢰지수는 통화ㆍ금리정책의 주요 변수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태다. ◇부시 행정부 강한 자신감 피력 소비자신뢰지수 상승 반전에 힘입은 탓인지 부시 행정부는 잇따라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7일 미시건의 캘러머주 상의에서 행한 연설에서 경제를 마라톤에 비유한 뒤 "레이스를 하다 보면 여러 고비가 있기 마련이지만 미국 경제의 펀더먼털은 튼튼하다"고 강조했다. 폴 오닐 재무장관 역시 이날 전미경영학회(NABE)에 참석, "미국의 경제는 낮은 인플레이션 및 실업률을 특징으로 하는 등 기초가 튼튼하다"면서 "최근의 경기 둔화 역시 이 같은 기초의 건전성을 배경으로 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미국 경제의 힘은 어떤 한가지 자산이나 지수(증시) 등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에 대한 미국 경제 전체의 유연성과 적응성이 반영돼 나타나는 것"이라면서 "미국 경제는 세계 번영의 거대한 엔진으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안한 징후는 여전해 소비자신뢰지수의 상승 반전, 그리고 부시 행정부의 자신감 피력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을 낙관하기엔 불안한 징후들이 아직도 많은 상태다. "미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인 일본이 강력하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오닐 재무장관의 언급에서 보듯 일본 경제의 불안 지속은 미국의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복병이 될 수 있다. 내부적으론 미국 국민들의 가계소득이 줄어 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최근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실업수당 청구건수 역시 주당 37만5,000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IT산업이나 굴뚝산업 할 것 없이 기업들의 감원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중장기적으로 소비 위축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이와 함께 미국 기업들의 주요 시장인 아시아와 유럽이 최근의 불안한 경제 상황을 감안해 자본재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어 재고가 쌓이는 것 또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3월 소비자신뢰지수의 상승 반전이 미국 경기 회복의 청신호가 될 것이란는 판단은 아직 이르다는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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