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목 경기' 사라졌다
백화점·재래시장 매출 '뚝'…車·가전 재고급증
연말 대목 경기가 실종됐다.
주가 폭락, 기업구조조정 등 경기불안으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유통시장이 얼어 붙고 기업들은 재고가 쌓여 몸살을 앓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재래시장 등 전 유통업계가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등 대목임에도 불구 매출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지방 재래시장은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절반이상으로 뚝 떨어져 문을 닫는 상가가 잇따르고 있다. 자동차, 가전업체들도 내수 위축에 따른 재고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련기사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은 12월 들어 매출 실적이 지난해보다 마이너스 신장, 또는 간신히 한자리수 성장세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백화점가는 사회 분위기가 워낙 침체돼 있어 연말연시를 활용한 판촉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어렵다고 판단, 예년에 비해 판촉 이벤트 등을 자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12월 들어 21일동안 본점의 경우 870억원의 매출을 올려 간신히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잠실점과 분당점은 각각 지난해보다 4.4%, 7.2%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도 전국 11개점에서 4,140억원의 매출을 기록, 지난해보다 2%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영등포점, 미아점 등도 지난해보다 각각 7.1%, 5.2%, 1.9%씩 매출이 하락, 마이너스 신장세에 머물렀다.
재래시장은 매출 감소는 더욱 심각하다. 이달 들어 동대문, 남대문 등 재래시장의 매출도 예년의 8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동대문 시장의 한 도매상인은 "올해는 장사를 시작한지 10년만에 느끼는 불황"이라며 "연말이 다가올수록 반품률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내년초에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방 재래상권의 경우는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3,000여곳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대전 중앙시장은 매출부진으로 250여곳이 문을 닫은 상태다.
내수위축에 따른 재고누적으로 기업들도 연말재고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철강 및 유화업계는 지난 3ㆍ4분기부터 재고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연말에는 평상시의 2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감산을 실시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자동차도 지난 8월부터 내수판매와 수출이 급격히 줄면서 적정 재고량인 5만5,000대보다 1만대 많은 6만5,000대의 재고가 쌓여있다.
TVㆍ냉장고 등 가전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당장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내구재라 소비자들이 구매를 연기하거나 아예 취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산 나진상가에서 삼성 대리점을 운영하는 도한익씨는 "최근 가전제품 판매량은 예년의 20~30%밖에 안된다"면서 "이는 IMF때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효영기자
최형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