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솟구쳐 오르며 돌풍을 몰고 온 증시가 계속 상승할 것인가, 아니면 ‘반짝 랠리’로 그치고 주저앉고 말 것인가.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증시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과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3전 4기 끝에 지수 1,000포인트에 올라선 증시가 이번에는 네 자리 수 시대에 안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향후 증시를 바라보는 주요 증권사들의 시각은 조금씩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올해는 중장기적으로 증시가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현 장세를 일시적 강세장으로 보고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대다수 증권사들은 국내 기업들의 양호한 이익 개선 추세와 적립식펀드 가입확산 등 투자 환경 호전 등을 근거로 올해 증시가 중장기적으로 1,100~1,200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설령 북핵 문제와 같은 돌발 악재가 다시 터진다 해도 하락 폭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네 자리 수 시대 안착 기대감 팽배=주요 증권사들은 한국 증시의 현 상황이 과거 1,000포인트를 돌파했던 세 차례 시점보다 여건이 낫다며 네 자리 수 지수 안착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외국계인 UBS증권 서울지점의 장영우 대표는 “한국 증시가 과거에는 1,000을 돌파한 이후에 곧바로 하락했지만 이번에는 지속 가능한 랠리 상황에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7.9배 수준으로 2000년 19배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돼 있는데다 과거에는 지수 1,000포인트 시점에서 국내 소비와 경기가 정점을 그렸지만 이번에는 바닥권으로 향후 완만한 회복이 예상되기 때문에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진단이다. 임태섭 골드만삭스증권 전무는 “국내 경기회복 및 기업실적 향상이 예상돼 기업가치만으로 따져볼 때 1,200포인트까지도 상승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였던 1,050~1,100포인트에서 한발 더 나간 모습이다. 일찌감치 올 국내 증시의 초강세를 점쳤던 대신증권의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3~4월 상승세가 이어지고 5~8월 조정 이후 4분기에는 1,200포인트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고수하고 있다. 환율 세 자리 수가 정착되고 3~4월에 내수경기 회복 지표가 발표되면 개인과 기관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주가는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진단이다. ◇주요 증권사 올 최고치 1,100~1,200포인트 예상=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도 3분기 중반 일시적인 조정을 거친 후 재 상승해 최고 1,15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증시 최고치를 1,200포인트로 지목하고 있는 전병서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의 경우 2ㆍ4분기부터 본격적인 대세 상승장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투자증권의 박윤수 리서치 센터장은 중국 위안화 절상 여부에 따른 환율 변동성을 우려 요인으로 지적하면서도 올해 증시가 3월중에 최고 1,160포인트까지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석중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리서치 센터장)과 조홍해 동원증권 부사장(리서치 센터장)도 올 증시가 상반기내 각각 1,170포인트와 1,140포인트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낙관론 시각을 고수하면서도 주가지수 고점을 비교적 낮게 보고 있는 현대증권의 정태욱 리서치센터장과 미래에셋증권의 이정호 투자전략실장은 올 최고치를 각각 1,080포인트와 1,100포인트로 놓고 있다. 정 센터장은 “12월 서비스업지수와 도ㆍ소매 판매지수가 완만한 소비경기 회복을 시사하고 있고 견조한 수출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점이 증시 분위기를 밝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다수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무엇보다 올 증시의 수급 여건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적립식 펀드 가입 확산에서 볼 수 있듯 저금리를 배경으로 한 시중자금의 증시 유입과 경기 회복 기대감 등은 잊혀졌던 투자자의 관심을 증시로 되돌리기에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 실장은 “과거에는 종합지수가 1,000에 근접하면 외국인이 주식을 팔았지만 지금은 안정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며 “1,000대에 안착한다면 주식에 대한 뿌리깊은 혐오증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세적인 1,000돌파 어렵다 ‘신중론’도 여전=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재평가는 아직 이르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올 증시를 예상하면서 비교적 보수적인 시각을 펼쳤던 임춘수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 자금 여건이 일시적으로 개선되면서 유동성 랠리가 펼쳐지고 있지만 본격적인 재평가는 경기 회복 등 경제기초여건 개선이 확인된 이후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1,000포인트를 돌파할 수는 있어도 계속 상승세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조정 모습이 나타나면 840포인트까지 밀릴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대표적인 비관론자 가운데 한명인 임송학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장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상승세가 연장되고 있는 상태”라며 경기회복 지연 움직임이 나타날 경우 주가가 800선 밑까지 떨어질 것에 대비하라는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대다수 외국계 증권사들이 한국 증시에 대해 낙관론을 펼치고 있는데 비해 UBS증권은 줄곧 쓴 소리를 내고 있다. 유동원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상무는 “북한 핵 문제가 증시를 짓누르는 지속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고 기업 실적이 나빠질 수 있다”며 한국 증시 재평가는 향후 2~3년 동안 완만히 진행될 것으로 점쳤다. 그는 “채권이나 부동산 수익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에 있기 때문에 이들 자금이 그리 쉽게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며 “경기 회복 지연 등 잠재 불안 요인이 현실화할 경우 800포인트까지 큰 폭의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중자들은 또한 원화 강세와 유가 상승에 따른 우려가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이 환율 급락에 따라 단기적인 충격을 받았던 경험이 있는 만큼 환율이 급변동하거나 국제유가 특히 두바이 유가가 추가적으로 오름세를 보일 경우 단기적으로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