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으로 저명한 두명의 작가가 숨겨진 역사와 관련된 일로 매우 상반된 입장에 처하게 됐다.
지난 12일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터키의 오르한 파묵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사실 그는 지난해에도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2005년도 수상의 영광은 결국 영국의 해럴드 핀터에게 돌아갔지만 당시 한림원은 발표일을 연기하면서까지 파묵의 수상을 망설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묵은 지난해 초 한 인터뷰에서 터키의 숨겨진 역사에 대해 언급했다. 1915년 이래 터키에서 3만여명의 쿠르드인과 100만명이 넘는 아르메니아인이 살해된 사실이 은폐되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한 것이다.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인종 청소는 언급만으로도 국가모독죄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그는 고발을 당했고 기소된 상태였기 때문에 한림원으로서는 고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1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세계 문인들의 끊임없는 탄원으로 파묵에 대한 재판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조국의 부끄러운 역사를 드러낸 그의 양심과 용기가 한림원으로 하여금 올해는 큰 망설임 없이 그의 수상을 확정할 수 있게 한 힘이 됐을 것이다.
파묵의 기소에 대해 터키 정부에 항의 서한을 보냈던 수많은 작가들 중에는 ‘양철북’으로 유명한 독일의 문호 귄터 그라스도 있었다. 그런데 그라스는 8월 자신의 회고록 출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2차대전 당시 나치 친위대에서 근무했던 사실을 고백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동안 그는 인종차별 반대와 반전을 주장하며 나치 전력을 가진 인사들을 신랄하게 비난해왔는데 60여년간 감춰온 비밀이 밝혀지면서 그의 작가적 양심이 일순간에 위선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이후 각계에서는 그가 99년에 받았던 노벨문학상을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어 현존하는 독일 최고의 문호로 추앙받던 그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역사는 승자의 논리로 왜곡되기 마련이다. 진실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파묵과 같이 치욕의 과거를 인정할 수 있는 양심과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 민족에는 타의에 의해 축소되거나 지워져버린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요즘 고구려와 발해에 대한 재해석 노력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 또 공백이 돼버린 고조선 역사를 복원할 수 있는 단초로서 치우천황을 역사적으로 부활시키고자 하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이 특히 젊은 세대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하니 더욱 반가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