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정치 아닌 '심리 문제' 선진국 진입한 한국 역할 중요
북한 경제특구 활성화 방안 물어 미얀마식 개혁 개방 조언할 것
평양에 없는 역동성 개성엔 있어 독일 기업에 진출 진지하게 권유도
"북한은 주위의 모든 일이 불안한 사춘기 소년과 같습니다. 한국이 큰형처럼 관대하게 품어야 남북관계가 풀릴 수 있습니다."
하르트무트 코쉬크(54·사진) 독일 기독사회당 연방의원(7선)은 베를린의 한 식당에서 평화문제연구소와 한스자이델재단 초청으로 독일을 방문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여당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 연합 소속의 코쉬크 의원은 한독의원협회 회장이자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방문 후 꾸려진 한독 통일외교자문회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독일 내 대표적인 한반도통 정치인이다.
10월 북한을 방문하는 등 수십 차례 방북한 바 있는 코쉬크 의원은 "남북관계는 정치가 아닌 '심리 문제'로 접근해야 풀린다"면서 "북한이 불안한 사춘기 소년처럼 주변국에 자주 화를 내지만 정치·경제적으로 성숙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한국이 큰형처럼 (북한을) 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축구 팬인 그는 대북관계에서 '심리'를 강조하며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 팀의 4강 진출을 이끈 휘스 히딩크 감독의 성공 비결을 '뛰어난 심리적 접근'에서 찾았다. 코쉬크 의원은 "히딩크가 먼저 한국 선수들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문제가 있어도 강요가 아닌 존중하는 태도로 개선했다"면서 "다만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한국 선수들의 힘"이라고 단언했다. 남북관계에 주변국이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성과는 남북이 만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최근 방북 경험을 토대로 북한 김정은 체제의 권력상황도 전달했다. 코쉬크 의원은 "김정은이 모든 권력을 장악한 것은 아니고 단독으로 행사하고 있는 것도 아닌 듯하다. 군부나 당을 여러모로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김정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권력 기반은 구축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독재 체제라도 경제와 떨어져 정치권력이 유지될 수는 없다"며 "지금 북한은 돈과 관련해 모두가 관심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연방 재무부 차관을 지낸바 있는 코쉬크 의원은 "북측이 경제특구를 활성화할 방안에 대해 묻기도 했다"며 "미얀마의 개혁·개방 방식 등을 참조해 조언을 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성공단 진출에 대해 독일 기업들에 성의를 갖고 진지하게 고려하도록 권유하고 있다"고 덧붙이며 "개성공단 제품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생산품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코쉬크 의원은 "평양에는 없던 역동성을 개성에서는 봤다"면서 "개성공단에선 북한 사람과 남한 사람이 구분되지도 않고 구별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개성에 함께 간 평양의 관계자들도 처음으로 개성공단의 현대적 시설이나 역동성을 보고 놀라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코쉬크 의원은 남북관계의 진전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주 만나는 것"이라며 "금강산관광 사업은 그런 점에서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