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기흥시에 있는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연구개발 중인 신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유한양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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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3일 김윤섭 유한양행 사장이 바이오벤처 엔솔테크의 김혜진 사장과 마주 섰다. 두 사장의 손에는 한 장씩의 계약서가 나란히 들려있었다. 유한양행이 엔솔테크의 지분 20%를 인수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로써 유한양행은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라는 새로운 신약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불과 일주일 후 제약업계에는 또 다른 소식이 들려왔다. 유한양행이 뼈 전문기업인 오스코텍과 치주질환 천연물 신약후보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었다. 바야흐로 유한양행이 신약 개발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유한양행이 바이오 기업과의 협력과 연구개발(R&D)을 통해 '신약 제조기'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이를 통해 유한양행은 글로벌시장에도 적극 진출, 올해 매출액 7,000억원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건강한 국민만이 잃어버린 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유일한 박사의 신념 아래 1962년 설립된 유한양행은 최근 경영의 키워드를 '성장'으로 잡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R&D가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유한양행의 R&D 비용은 2008년 343억원에서 2009년 354억원, 지난해 412억원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신약 개발은 이 회사가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분야다. 현재 국내 전문 연구기관과 협력해 오는 하반기 임상 2상 실험을 진행할 천식과 삶의 질 향상(QOL∙Quality Of Life) 의약품도 그중 하나다. 유한양행은 이외에도 기존 시판의약품의 적응증을 변경한 조루증 치료 개량 신약 등도 개발 중이다. 세계 최초로 위산펌프길항제(APA∙Acid Pump Antagonist) '레바넥스'를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차세대 APA인 'YH4808'의 국내 임상 2상 실험도 준비하고 있다.
유한양행 측은 "연구과제를 중심으로 조식을 개편하는 등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올 3월 엔솔테크 지분을 인수하는 등 R&D 기조인 열린 혁신(Open Innovation)을 기반으로 국내 벤처기업이나 대학과의 연구협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수준의 원료 합성기술과 앞선 R&D 역량,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인증한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c-GMP) 수준의 제조시설 등 강점을 활용해 해외시장 공략에도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에이즈 치료제 원료(Emtricitabin)와 조류독감 치료제(Tamiflu) 중간체, 페니실린계 항상제 원료의약품(piperacillin), 당뇨병 치료제(Voglibose) 등을 글로벌시장에 수출하는 한편 에이즈 신약 2종의 공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 강화를 위해 다국적 기업들과의 품목 확대 등에도 나서고 있다. 실제로 3월에는 미국 길리어드사와 에이즈 치료제 '비리어드'에 대한 국내 독점 판매계약을 맺기도 했다.
R&D 능력 강화와 글로벌 영역 확대 등 미래 신(新)성장 동력을 확보해서 일까, 유한양행을 바라보는 증권업계의 시각도 긍정적이다. 전문가들은 B형 간염 치료제 비리어드와 에이즈 치료제 트루바디의 상용화와 제네릭 신제품 발매, 신규 도입 신약 독점판매 계약 추가, 신규 R&D 파이프라인 도입 등으로 저성장 국면 탈피를 점치고 있다.
이승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유한양행은 B형 간염 치료제 비리어드의 상용화와 함께 제네릭 신제품 발매, 신규 R&D 파이프라인 도입 등의 성장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에 따라 저성장 국면에서의 탈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최종경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다국적 제약사의 품목 도입으로 유한양행이 양호한 실적을 기록 중"이라며 "4,000억원에 가까운 현금성 자산과 앞으로의 기술 투자 등을 통한 성장성 확보가 주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국내 프리미엄 기저귀 브랜드 출시에 따른 점유율 회복과 중국 수출 호조로 주요 투자사인 유한킴벌리 실적이 정상화될 수 있는 부분도 앞으로 주가상승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한양행이 현재 지분을 투자한 회사는 총 7개사다. 이 중 유한양행이 보유한 유한킴벌리 지분은 30%다. 이외에 유한크로낙스(50%)와 유한화학(100%)∙유한메디카(100%)∙한국와이어스(5.47%)∙한국얀센(30%) 등의 투자회사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