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가계부'로 6·4 지방선거 헛공약 남발 막아야죠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예산 무시… 현실성 없는 경우 많아
광역·기초단체장 후보 모두에게 공약 이행용 대차대조표 요구
약속 지킬 의지 있는 후보 가려 유권자에 충실히 알려줄 것


"6·4지방선거 후보자들의 헛공약을 막고 유권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래서 광역·기초단체장 후보자 모두에게 공약 이행을 위한 한 장짜리 대차대조표를 요구할 생각입니다."

참 공약실천 시민운동 단체인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이광재(50·사진) 사무총장은 1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실현 가능한 공약을 만들고 실천의지가 있는 후보와 그렇지 않은 후보를 가려내 유권자에게 알려주는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며 후보자에 대한 '공약가계부' 요구계획을 밝혔다.

그는 이달 말 각 당의 경선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들에게 공약 대차대조표를 공식 요청하고 정보공개를 하지 않는 후보자명단도 다음달 중순 발표할 계획이다.

이 사무총장은 "재정이 양호하다는 서울마저 무리한 개발·복지 공약으로 허덕이며 땅까지 팔아 재정적자를 메우고 있으며 그 피해는 서민, 유권자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며 "특히 지방선거는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개발공약에 사활을 거는 만큼 공약의 진위를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최근 임기가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민선 5기 전국 시도지사 광역단체장들의 공약 2,283개 중 완료된 것이 고작 25%에 그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민선 6기 후보자들이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광역·기초단체장 후보들이 이번에도 각각 470조원, 420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드는 공약을 쏟아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사무총장은 "올해 우리나라 예산이 350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현실성 없는 공약들이 될 것"이라며 "후보들의 공약가계부를 받아보고 다음 단계로 각 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 현황도 유권자들에게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선거에서 나올 공약은 대략 20만개에 달할 것으로 본다"며 "이를 모두 판단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유권자들의 의식수준과 거짓공약의 폐해를 경험한 학습효과로 인해 상당 부분 걸러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에 설립된 지 만 10년째를 맞는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그동안 정책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선거공약이 버리는 공약(空約)이 아닌 관리돼야 하는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인식을 깨우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서울 등에서 공약이행이 부진했던 현역 의원들이 대거 낙선돼 공약실천 감시운동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 사무총장은 "이번에도 많은 후보자들이 '박심'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서민 유권자보다는 유력정치인과 친밀감을 과시하고 있다"며 "이제 이런 어리광 피우는 구태도 없어져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방선거는 유권자들의 삶과 밀접하다는 점에서 대선·총선보다 더 중요하다"며 "하지만 정치 무관심으로 투표율이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인 54%에도 미치지 못할까 걱정부터 든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 주인공인 유권자가 후보자에게 권한을 백지위임하면 안 된다는 점을 상기해줬으면 좋겠다"며 "깐깐한 유권자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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