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 Joy] 386-N세대 잇는 허리 역할

과장, 그들은 누구인가
실력 만이살길…자기개발 중시
임원 되고 싶지만 자신하지는 못해
300일째 야근 해도 미래는 불안




7명의 기업체 과장들이 잠시 각자의 일손을 멈추고 한 자리에 모였다. 과장들이 그들의 일과 삶, 그리고 희망과 비전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아래 사진 오른쪽)/이호재기자

[Living & Joy] 386-N세대 잇는 허리 역할 과장, 그들은 누구인가실력 만이살길…자기개발 중시임원 되고 싶지만 자신하지는 못해300일째 야근 해도 미래는 불안 우현석기자 hnskwoo@sed.co.kr 사진= 이호재기자 7명의 기업체 과장들이 잠시 각자의 일손을 멈추고 한 자리에 모였다. 과장들이 그들의 일과 삶, 그리고 희망과 비전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아래 사진 오른쪽)/이호재기자 # 과장들의 경쟁력 오한범 LG전자 MC사업본부 과장(32)은 지난해 세계마케팅대행사협회(MAAW)로부터 '2004년 최고의 마케터상'(International Marketer of the Year)을 수상한 후 사내에서 유명 인사가 됐다. 그는 LG싸이언이 국제액션스포츠대회를 5년 동안 후원하는 대신 대회 라이센스 사용권을 따내 제품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킨 공로로 이 상을 받았다 오과장이 받은 이 상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지역 최초의 수상인데다 최연소 수상자의 기록을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젊은 층을 겨냥한 상품인 휴대폰을 팔기 위해 액션스포츠를 선택한 감각은 그가 10대, 20대 소비자 취향을 읽어낼 수 있는 30대의 연령대와 과장이라는 조직의 허리 층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처럼 젊은 과장들이 해외서 두각을 나타내는 요인중 하나는 해외연수, 유학 등이 일반화 됐던 성장기의 환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최연소 과장급 인터뷰 대상자인 넥슨(M플레이게임스) '카트라이더팀'의 박경재 팀장(25)은 카트라이더의 인기 때문에 300일 연속 야근 기록을 진행중이다. 세상 사람들은 약관의 신세대를 개인적이고 자기 주장이 강하다고 타박하지만 박팀장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박팀장은 "내게 주어진 유일한 휴식시간은 일요일 오후 뿐"이라고 말해 과장급들의 일 욕심에는 세대차가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정혜림 삼성네트웍스 과장(33)은 여자의 몸으로 노동 강도가 높고, 거친 기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남자 직원들이 대부분인 홍보 파트에서 일을 하고 있다. 정과장은 "어떻게 여자가 홍보 일을 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삼성네트웍스는 여자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섬세한 편"이라며 "우리 회사는 IT업체라는 특성상 굴뚝 업체들 보다 분위기가 진취적이고 개방적이어서 나에게 홍보업무를 맡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그녀는 자기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정과장은 대리로 근무하던 시절 영어실력이 홍보업무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휴직계를 내고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기혼의 남자 직원들로서는 내리기 힘든 결단이었지만 정과장은 그 같은 주위환경으로부터 자유로웠다. 조청일 CJ 제약연구소 과장(32)은 중국 연변에서 국내로 유학을 와 입사한 보기 드문 사례다. 약학을 전공한 그는 그는 연변에서 살다가 강원대학교로 유학, 석ㆍ박사 학위를 받고 CJ에 입사했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동료들이 잘 대해줘 문화적 이질감은 전혀 못느끼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한국이 중국 보다 경쟁이 치열해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다"고 말했다. 이현우 SK텔레콤 데이터 사업본부 과장(35)도 자신의 경쟁력에 대해 "대리 때는 발로 뛰면서 자기 일만 책임지면 됐다. 하지만 과장이 되니 자기 일도 일이지만 직원들의 업무까지도 챙겨야 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그런 벽에 부닥칠 때 마다 한계도 느끼고 동시에 나 자신을 개발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그들의 꿈 대기업을 기준으로 하면 고참 과장급인 박평준 아웃백스테이크 도곡점주(39)는 자신이 맡고 있는 점포를 매출 기준 전국 10위권내로 끌어 올리는 게 1차 목표다. 그는 좋은 실적을 내서 지역 본부장으로 승진하겠다는 꿈도 함께 키워가고 있다. 박점주는 더 먼 훗날의 꿈을 묻자 "나는 요리하는 걸 좋아해 언젠가는 집사람하고 함께 운영할 수 있는 이탈리아 식당을 개업해 운영하고 싶다"며"하지만 아웃백에서 쫓아낼 때 까지는 들러붙어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경재 넥슨 카트라이더 팀장은 초등학교 때부터 게임을 접하면서 게임 개발자의 꿈을 키워왔다. 고등학교 때 프로그램을 배우면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게임으로 즐겁게 놀게 되는 꿈을 꿨다. 그래서 학과도 컴퓨터 공학과를 진학했고, 프로그램 프로젝트로 만들었던 3D '알까기 게임' 을 앞세워 당당히 넥슨에 입사했다. 그는 "팀은 작은 회사고 팀장인 나는 작은 사장"이라며 "목표는 일단 회사의 게임 개발을 책임지는 개발실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개발사도 운영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각종 게임순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네오위즈 스페셜포스의 김정훈 팀장(30)은 3년 전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다가 이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김 팀장이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온 이유는 '보다 활동적이고 능동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젊은 혈기 때문이었다. 전 직장에서 인터넷 사업팀에 있으면서 콘텐츠의 중요성에 눈을 뜬 것도 또 다른 요인이었다. 이현우 SK텔레콤 과장은 직장에서 어느 직급 까지 진급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대해 "내가 열심히 하면 부장까지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이상은 내가 목표로 잡는다고 해서 될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임원 진급은 때와 운이 맞아야 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업무의 비전에 대해서는 "지금 하는 일에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사람들의 활동 중심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놀라운 비즈니스를 개발해, 성장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정혜림 삼성네트웍스과장도 "내가 임원이 되겠다고 해서 회사가 시켜줄 리는 없을 것"이라며 "삼성이란 큰 회사에서 임원이 된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맡은 바 임무를 열심히 하면서 찬찬히 준비해나갈 것"이라며 "리더십 교육을 받은 것도 그런 차원"이라고 말했다. 오한범 LG전자 과장은 "내 업무인 마케팅 대상은 소비자와 더불어 회사 내부의 임원들"이라며 "나이 많은 임원 분들의 마인드가 열려 있어 액션스포츠 마케팅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그런 분들 같은 마케팅 분야의 최연소 임원이 되고 싶다"며 "나는 어릴 적 이민 갔던 미국에서 코리안드림을 가지고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 동질성(Identity) 하지만 인생을 즐기는 역동적인 그들이라고 해도 장밋빛 미래만을 꿈꾸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동질성(Identity)의 한 축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 정혜림 삼성네트웍스 과장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상대적으로 직급이 낮은 과장이라고 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예전에는 차ㆍ부장급이 느끼던 불안감이 이제는 과장쪽으로 내려온 느낌"이라며 "주위를 돌아보면 미래에 대한 걱정과 재테크 등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한범 과장도 "과장급이라면 남자의 경우 결혼을 했고 자식들도 있다"며"우리 세대중에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이 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 중에는 회사에 올인(All in) 하느냐, 아니냐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 같은 고민은 우리 세대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우 SK텔레콤 과장은 색다른 답변을 했다. 이과장은 "과장이라는 직책은 익숙함의 개념"이라며 "통솔력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지, 권한이나 능력을 의미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정의했다. 그는 "과장은 함께 일하고 부가가치를 만들어가는 팀의 일원일 뿐, 명시적인 권한 없이, 묵시적인 리더십을 갖고 일해야 하는 자리"라고 덧붙였다 반면 박평준 아웃백 점주는 "회사 일에 몰입하다 보면 가장으로서 가정에 충실하지 못해 아쉬운 점이 많다" 며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통해서 가정에 충실하려고 하는데 9시에 출근해서 10~11시쯤 퇴근하다 보면 마음 처럼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김정훈 네오위즈 팀장과 박경재 넥슨 팀장은 "경영진과 사원ㆍ대리급들 사이에서 일하는 입장이다 보니 경영진의 마인드를 젊은 직원들에게 전해주는 경우가 많다"며"동시에 직원들 사기를 북돋아줘야 하는데 업무 보다는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박경재 팀장은"내가 관리하는 팀의 업무는 작은 회사를 맡아서 운영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며"팀장(과장)은 회사를 이끌어가는 존재이지 중간 관리자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며 업무로 인해 받는 중압감이 만만치 않음을 내비쳤다. # 사장님께 한 말씀 과장들이 자신이 몸 담고 있는 회사의 CEO에게 바라는 바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이현우 SK텔레콤과장은 "복리후생을 강화해 달라는 따위의 요구는 과장으로서 사장에게 할 요구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우리 회사는 다양한 밸류 (Value Chain)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를 한데 묶어 주고,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해, 조직원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한범 LG전자 과장은 "글로벌 톱3라는 비전을 하루 빨리 달성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앞에서 이끌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조청일 CJ과장도 "직원들이 열심히 일한 만큼 응원을 해주시면 힘을 얻어 더욱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정혜림 삼성네트웍스 과장은 "회사의 당면과제가 인터넷 전화 서비스의 활성화인 만큼 시장 트렌드를 이끌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박평준 아웃백 점장은 "우리 사장님은 점포의 실적을 환하게 꿰고 계셔서 '잘하고 있나' 한 마디외에는 달리하는 얘기가 없다"며"점포 내의 모든 것은 내가 판단, 결정하기 때문에 뭐를 더 해달라는 등의 얘기는 할 게 없다"고 말했다. 반면 신세대 과장들은 주장은 분명하고, 머뭇거림이 없었다. 박경재 넥슨 팀장은 "평소 생각은 자유롭게 전달하고 있다"며 "팀에서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독립성을 계속 유지시켜달라"는 의사표시를 분명히 했다. 애교 섞인 투정도 있었다. 김정훈 네오위즈 팀장은 "시간이 없어서 데이트를 못하고 있다"며 "장가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5/11/0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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