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관계자들이 지적하는 금융당국의 '잘못된 관습' 중 하나가 과도한 쇼맨십이다. 이른바 '오버액션'이 금융회사의 경영 행위를 심대하게 침해하고 당국의 신뢰까지 깎아 먹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금융당국의 쇼맨십 목록에 포함시켜야 할 일이 최근 또 벌어졌다.
24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후속 조치로 이달 말 출시 예정이던 현대해상의 '4대악(惡)보험'이 네이밍(상품 이름 짓기) 문제로 브레이크가 걸렸다.
박 대통령까지 나서 규제 철폐를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당국이 일개 보험상품의 작명에까지 간섭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상품 개발사인 현대해상은 소비자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순화된 이름(가칭 프렌즈가드)으로 상품 인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상품명에 '4대악'이란 용어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금감원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과도한 쇼맨십이 빚은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포퓰리즘 논란이 벌어졌는데도 세세한 부분에까지 '보여주기식' 행정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4대악보험은 애매한 보상 기준 및 이에 따른 악용 가능성 등을 이유로 포퓰리즘 산물이란 비판을 받았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품명에 반드시 4대악이란 용어를 넣어야 한다는 것은 이것이 박 대통령의 대표적 국정과제란 사실을 의식했기 때문 아니겠느냐"라며 "금감원이 상품 개발에 개입한 것도 모자라 네이밍 같은 보험사 고유의 영역에까지 간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4대악보험이 네이밍 문제로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오는 4월 말은 되야 실제 상품 출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4월부터 시행되는 '생명보험 및 질병상해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에 따라 신상품 인가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