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축구 청소년 국가대표팀(17세 이하)이 한국 축구의 신기원을 열었다.
최덕주 감독이 이끄는 17세 이하 여자 축구 대표팀은 22일(이하 한국시간) 아토 볼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트리니다드 토바고 여자 청소년 월드컵 준결승에서 스페인에 2-1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오는 26일 오전 7시 포트 오브 스페인의 해슬리 크로퍼드 스타디움에서 북한을 2-1로 꺾은 일본과 정상을 다툰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국제 대회 결승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유럽 챔피언 스페인을 상대로 경기 초반부터 고전했지만 '신동' 여민지(17ㆍ함안 대산고)의 활약으로 극적인 역전 승부를 연출했다.
전반 초반부터 날카로운 공세를 편 스페인은 전반 23분 아만다 삼페드로가 선제골을 터트리며 기선을 제압하는 듯 했다. 그러나 여민지는 2분 만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전반 25분 김나리(17ㆍ현대정과고)가 상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여민지가 골 지역 정면에서 뛰어 들며 멋진 다이빙 헤딩슛으로 마무리했다. 동점골을 터트린 여민지를 비롯한 한국 베스트 11은 TV 중계 카메라 앞으로 달려가 나란히 큰 절을 올리는 깜찍한 '한가위 세리머니'를 펼쳤다.
전반 39분 터진 주수진(17ㆍ현대정과고)의 역전골도 여민지의 발 끝에서 비롯됐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상대 패스를 가로챈 여민지가 페널티지역 중앙으로 찌른 패스를 주수진이 받아 상대 수비수 2명과 골키퍼까지 제친 후 오른발 슛으로 스페인 골 네트를 갈랐다.
무릎 부상을 딛고 이번 대회에서 신들린 골 행진을 펼치고 있는 여민지는 26일 일본전에서 3관왕 등극에 도전한다.
8골 3도움을 수확한 여민지는 이미 득점왕 등극을 예약했다. 2위 키이라 말리노프스키(7골ㆍ독일)는 8강전에서 탈락했고 한 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일본의 요코하마 쿠미(5골)와 북한의 김금정(4골)이 여민지를 추월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한국이 일본을 꺾을 경우 여민지는 골든볼(MVP)까지 거머쥐며 한국 축구사에 불멸의 기록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