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튀니지와 이집트의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아랍혁명 물결이 리비아에서는 독재자가 자국민에게 폭탄을 퍼붓는 참상이 돼버렸다. 예멘에서도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반정부 운동을 막아내며 권력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그를 축출할 동력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수 주간 예멘의 영향력 있는 부족들이 반정부 세력에 가세하면서 시위는 확산되고 있다. 살레 대통령은 "2013년에 물러나겠다"며 그로서는 큰 양보를 했지만 예멘을 위해서 조만간 사임하는 게 나을 것으로 보인다.
살레 대통령은 4가지 요인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먼저 예멘은 도시 인구가 전체의 30%에 불과할 정도로 도시화가 미흡하다. 둘째, 반정부 세력 간에 동질성이 부족하고 구심점이 될 리더를 갖추지 못했다. 셋째,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살레 대통령을 자기편으로 보는 미국이 사실상 그를 계속 지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네트워크를 통해 일부 부족과 이슬람 지도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요인들이 점차 약해지면서 살레 대통령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그는 반정부 세력을 포함하는 통합정부를 구성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달에는 직접선거를 통해 현재의 대통령제를 의원내각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새 헌법에 포함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반정부 세력은 이러한 약속을 믿을 수 없다며 모두 거부했다. 살레 대통령의 지난 30년간 철권통치가 거짓 약속으로 점철된 점을 감안하면 반정부 세력 입장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활성화하지 않은 예멘에서는 협상이 그를 무너뜨릴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일 것이다. 반대세력은 일단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 미국도 살레 대통령이 국민의 정당한 민주화 요구에 응하도록 압박을 가해야 한다. 다행히 그가 주요 분야에 배치한 측근들을 속속 물러나도록 한 것은 대화에 나설 생각이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예멘 사태에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지금처럼 대결이 지속된다면 내전으로 비화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부족과 종교 교파간 대립이 격해져 수니파 수장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를 대표하는 이란이 개입할 수 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재앙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