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이 없는 작은 기업일수록 근로자들이 사각지대에서 제도적인 휴무 혜택을 못 받고 있어요. 일반기업에도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의무화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6월 국회에는 통과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입니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한정애(48ㆍ사진) 민주당 의원은 중소ㆍ중견기업의 근로자가 더이상 공휴일에 근무도 하고 연차수당도 못 받는 이중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체휴일제가 공휴일의 범위를 넓히는 제도이라면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이를 무급이 아닌 유급으로 인정하자는 내용"이라며 "대체휴일제가 현재 산업계와 정부의 반대로 표류되고 있지만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이와 무관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지난 4월3일 17명의 다른 국회의원과 함께 공무원이 아닌 일반 근로자도 국경일 및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일반기업도 근로자에게 공휴일을 의무적으로 유급휴일로 주도록 하고, 연차 휴가일수에 포함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담겨 있다. 이미 상정된 상태로 본격적인 법안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 현재 대부분의 대기업은 사규에 따라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이미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법은 휴무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ㆍ중견기업을 겨냥한 제도다.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대체휴일제의 경우도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회사 내에서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미 있는 공휴일도 연차로 채우는 중소ㆍ중견기업 근로자에게는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반드시 병행 통과돼야 한다. 대기업들이 대체휴일제에 대해서는 똘똘 뭉쳐 반발하는 반면 이 법에 대해서는 비교적 잠잠한 이유다.
한 의원은 최근 복지나 경제민주화 관련 관심이 높아진 점을 들어 이번 국회에서는 반드시 근로자 휴일 보장 법안들이 시행돼야 한다고 거듭 역설했다. 그는 "근로자 휴일 보장과 관련해서는 이전 국회에서도 논의가 됐으나 산업계 반발에 부딪혀 번번히 좌초됐고, 특히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휴일 보장이 아예 먼 나라 얘기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거치며 다시 한번 복지 이슈가 높아지는 만큼 이제는 무조건 근로자에게 희생만 강요하는 시대는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ㆍ중견기업 경영자들의 반발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 의원은 "19대 국회에서는 하도급법을 비롯해 중소기업에 유리한 법안을 특히 많이 준비하고 있다"며 "그런 만큼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에 대한 배려도 함께 가야 하고 무조건 경영자 입장에서만 유리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서울경제신문의 보도(★서울경제 3월19일자 16면 참조)와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법안 발의에 많이 참조했다"며 "중소ㆍ중견기업들이 감추고 있던 치부가 생생하게 드러나버리니 큰 반발도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웃어 보였다.
그는 또 "대기업과의 하청계약의 경우 대부분 정상근무를 감안해 금액이 책정되는데 실제 하청기업 근로자들은 계약기간을 맞추기 위해 휴일근무가 잦다"며 "유급휴일이 확실히 제도적으로 보장되면 대기업과의 계약금액도 현실화될 수 있어 반드시 중소기업 경영자에 불리한 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법안 발의 의원이 모두 야당 의원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빠른 발의를 위해 야당 의원 중심으로 발의했을 뿐 여당에서도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공포후 6개월까지로 제시된 유예기간과 관련, 영세기업 경영자들의 입장도 고려해 연장을 검토할 뜻을 내비쳤다. 한 의원은 "법안 발의 후 많은 노동자들이 공감을 표시했지만 또 많은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너무나 힘들다는 의견도 전해왔다"며 "6월 법안 통과 후 6개월이면 내년부터 당장 시행인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예기간을 조금 늘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