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에 꿈을 담는다] 기아자동차

'회전반경 제어장치' 독자 개발

기아차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VRS가 장착된 그랜드카니발. 이 장치는 평소 사용하지 않는 스노우체인 공간을 활용해 최소 회전반경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기아자동차가 개발한 ‘회전반경 제어장치(VRSㆍVariable Rack Stroke system)’는 자동차 기술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 2000년 12월부터 총 55개월 동안 42억원을 투자, 최소 회전반경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이 조향장치를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했다. 운전자들 입장에선 자동차 를 운전할 때 회전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랜드 카니발의 회전반경은 5.7m로 VRS가 적용되지 않은 구형 카니발의 6.5m보다 0.8m나 작다. 통상 최소 회전반경 0.8m를 저감하려면 차량의 휠베이스를 400mm 이상 줄여야 하지만 그랜드 카니발은 카니발II보다 오히려 휠베이스가 50mm 커졌다. VRS가 적용된 차량은 최소 회전반경이 낮아져 유턴이나 주차, 좁은 길 주행 시 편의성 및 기동성이 크게 향상 된다. VRS의 작동원리는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차 바퀴 안쪽의 스노우체인 공간을 활용하는 것. 이 공간에 조향 스트로크의 가변장치 작동을 통해 회전반경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이 시스템은 스노우 체인을 장착하지 않았을 때만 작동이 되고 스노우 체인을 장착했을 때는 본래의 회전반경으로 돌아오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1년 이상 스노우 체인을 작동시킬 일이 없는 차량에 대해서도 작동이 잘 될 것인가가 개발의 가장 큰 관건이었다. 아무리 작동이 잘되던 기계라도 장시간 사용하지 않으면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기 때문. 이에 따라 여러 대의 차량에 2년 동안 VRS를 장착해 밀봉한 뒤 작동 테스트를 하기로 결정했다. 2년뒤 밀봉을 풀고 관련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최종 테스트를 했고 그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러한 장기간에 걸친 개발의 노력은 곧 상품화로 이어져 그랜드 카니발에 첫 적용됐다”고 말했다. 현재 이 시스템은 국내를 비롯 유럽ㆍ캐나다 등 5개국에서 특허 출원을 했으며 산업 재산권의 형태로 권리를 보호 받고 있다. 기아차는 현재 그랜드 카니발을 비롯, 뉴카니발, 뉴오피러스 등에 이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으며 향후 전차종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 후발 주자로서 아무런 기준이나 사례도 찾아볼 수 없는 세계 최초의 독자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 힘든 일”이라며 “특히 회전반경 제어장치가 적용된 그랜드 카니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신차 고객반응조사에서 이 장치가 큰 호응을 받고 있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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