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책속으로 가을여행을...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언제부터인지 헛말이 되고 말았다. 출판 관계자들에 따르면 가을은 지독한 불경기에 해당된다고 한다. 학생들이 방학에 들어가는 여름이나 겨울에 책이 많이 팔리고 가을에는 주독층인 학생들이 입시준비니 뭐니 하면서 일반 교양물에서 손을 뗀다는 것. 결국 30~ 40대 청장년층이 책을 읽지 않으니 가을과 독서의 인연이 멀어지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이제 30~ 40대 청장년층이 책을 들어야 하지않을까.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올 한해 심신이 많이 지친 상태이지만 책과 함께 차분한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 것도 좋을 것이다. 최근 가을시장을 노리고 쏟아져나오고 있는 책들 가운데 차분하면서도 흥미로운 내용을 보여주는 책 몇 권을 소개한다. 가을에 사람들은 여행을 많이 떠난다. 때문에 여행 안내서는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 갈듯말듯 하면서 아직 먼 땅으로 남아있는 금강산. 그곳을 느낄수 있는 책 2권이 특히 관심을 모은다. 해방전 금강산의 정취를 보여주는 춘원 이광수의 「금강산유기」(실천문학 펴냄)와 최근 금강산을 다녀온 유홍준 영남대 교수가 엮은 「금강산」(학고재 펴냄)이 그것. 춘원의 「금강산유기」는 1922년 문예지 「신생활」에 연재된 것으로 1924년 단행본으로 처음 출간된 책이다. 이 글을 읽다보면 장안사며 유점사등 금강산의 면모를 한국전쟁으로 훼손되기 이전의 모습으로 만날수 있어 흥미롭다. 춘원은 이렇게 집필동기를 밝히고 있다. 『위대, 장엄한 자연 속에서 내 영의 세례를 받자, 지리멸렬한 인격의 통일을 얻어보자, 직접으로 천공의 계시를 들어 나의 일생의 진로를 정하자』 금강산에 임하는 춘원의 마음가짐이 자못 장엄한 것이 눈길을 끈다. 이에 반해 유홍준 교수가 엮은 「금강산」은 실제 금강산에 다녀온 경험과 각종 자료를 토대로 현실적으로 관광이 가능한 코스를 소개하는등 금강산에 대한 종합적인 안내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 금강산을 단순한 관광코스가 아니라 인문철학적인 고찰의 대상으로 삼은 시각이 독보적이다, 세계적인 기행작가 폴 써로우의 「중국기행」(서계순 옮김·푸른솔 펴냄)은 6백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 중국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에세이. 저자가 1년 동안 중국을 기차여행하면서 쓴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덧 독자들은 중국 속에 들어가 있는 착각에 빠질만큼 사실적인 내용묘사가 흥미롭다.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에세이집도 평소 책을 읽지않은 사람들에게 독서에의 여행을 떠나게 해주는 좋은 길라잡이다. 조병화 시인의 「외로우며 사랑하며」(가야미디어 펴냄)는 그날그날 일기라도 쓰듯이 독자에게 깊은 애정을 담은 편지 127편을 한권에 담은 책. 노시인의 글에는 현대기계문명에 대한 우려와 경계가 있는가 하면, 한 인간으로서의 외로움, 화목한 가정에 대한 소중함, 창작하는 이의 고뇌등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소설가 안정효의 「하늘에서의 명상-청탁받지 않은 자서전」(디자인하우스 펴냄)은 오래된 기억의 창고에서 끄집어낸 자신의 인생역정과 지금껏 한번도 알려지지 않았던 불우한 가족사, 그리고 소설가이자 번역가로 활동해온 저자의 글쓰기 체험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때문에 성장소설과도 같은 구성을 갖추고 있다. 저자는 이 글에서 「뜨거운 열정과 차가운 증오의 고삐에 끌려 영원히 아물지 않을 것만 같은 상처로 가득한 삶을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에 대한 화해와 극복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이용웅 기자】 <<생생한 일간스포츠 프로야구 속보 ☎700-6188로 들을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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