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서 진검승부" 공격나팔
[산엽별 한·일전 현장] 1. 자동차
시리즈-한ㆍ일 산업열전 (1)자동차
현대자동차가 일본의 심장부 도쿄에서 발표회를 갖고 '열도공략'을 외칠 때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일본 도요타는 의욕에 찬 한국시장 공략방안을 내놓았다. 포철이 일본업체를 향해 '반덤핑 제소검토'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가운데 일본업체들의 국내시장 저가공세는 큰 변화가 없다. 한ㆍ일간에 벌어지는 '산업전쟁'의 한 단면이다.
산업별 열전의 현장을 찾아가 본다.
지난해 11월 24일 일본 도쿄 도요타자동차 본사.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회장은 한국 기자들을 모아놓고 "2001년부터 렉서스를 앞세워 한국시장 직접 공략에 나선다"고 자신감에 가득찬 어투로 말했다.
그로부터 20여일 뒤인 12월18일. 도요타 심장부에서 멀잖은 곳에서 현대자동차는 일본시장을 공략할 3개 차종의 가격발표회를 갖고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
한ㆍ일 자동차 대표주자간의 '진검승부'가 시작된 것이다. 미국ㆍ유럽시장을 넘어 이제 서로 안방을 향한 본격적인 '차 전쟁'에 나선 것이다.
현대는 올해 경영계획의 중심을 수출에 둔 터여서 신시장인 일본에 대한 야심은 어느 때 보다 강하다. 정몽구 회장은 "도요타 같은 강력한 경쟁자들이 우리 시장으로 몰려올수록 우리는 밖에서 더 팔면 된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는 특히 "초기에 적자를 각오하고 있다"며 "하지만 까다로운 일본에서도 현대차가 팔린다는 사실을 보여줘 세계 각지에 있는 딜러들에게 힘을 주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며 일본진출의 배경을 설명했다.
싼타페ㆍ트라제XGㆍ아반떼(수출명 엘란트라) 등을 앞세워 오는 20일부터 판매에 들어가는 올해 5,000대, 내년 1만대를 거쳐 5년뒤 3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현대는 40개 딜러망과 별도로 도쿄ㆍ오사카에 직영 쇼룸을 개설하고 인터넷 판매에도 나선다.
도요타도 세계 8대 자동차 시장인 한국에 희망을 걸고 있다. 선봉장은 세계적 명차인 '렉서스'. 지난해 11월말부터 SK글로벌 등 3개딜러를 통해 예약판매를 시작해 한달여만에 65대를 계약하는 실적을 올려 출발은 현대를 앞지르는 양상이다. 올해 목표는 900~1,000대.
상대의 안방공략도 치열하지만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펼치는 한ㆍ일전은 열기를 더한다.
현대는 내년 미국시장 수출목표를 사상 최대인 28만대로 잡았다. 기아도 사상최대다.
현대가 이 같은 의욕적인 목표를 세운 것은 파격적인 보증(warranty)프로그램. 보증조건이 10년/10만마일로 5년/6만마일의 도요타, 3년/3만6,000마일인 혼다 등 일본업체보다 훨씬 유리하다. 미국시장에서 한일업체간의 가격차도 거의 없어졌다. 그만큼 품질수준의 차이가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완성차 뿐 아니라 부품업체들의 싸움도 치열하다. 특히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국내조달이 늘어나면서 지금까지 국내업체들의 일방적인 수입양상이 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말부터 한달간 일본 도쿄의 도요타 전시룸에서 국내 10여개 부품업체가 40여개 부품을 전시했고, 12월에는 혼다가 12개 협력사를 이끌고 국내에 들어와 세종공업 등 11개사 공장을 둘러봤다. 또 오는 29일부터 2월2일에는 다이하츠 관계자 10여명이 국내업체를 방문하며, 2~3월중에는 국내 부품사 30여개사가 일본에 나가 전시회를 갖고 수출상담을 벌인다. 국내 부품업체들에 대한 일본업체들의 이 같은 활동은 처음이다. 이는 앞으로 전개될 한ㆍ일간 자동차 전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임석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