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 만이지만 … 만나면 바로 기억 날 것 같다"

대상자 속초서 방북교육 받아
건강 악화로 상봉자 1명 줄어

남측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들은 19일 속초에서 60년을 기다린 가족들과의 만남을 준비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신원 확인 및 건강검진 절차를 거쳐 대한적십자사의 방북 교육을 받았다. 20일부터 엿새간 열리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지난 2010년 10월 이후 3년4개월 만이다.

이번 상봉 대상자들은 헤어진 가족을 만날 생각에 기대에 부풀어 있으면서도 60여년 만의 만남이 어색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북에 두고 온 누이를 만날 예정인 김동빈(79)씨는 "1·4후퇴 때 평양에서 헤어진 후 누님을 63년 만에 만나는 건데 얼굴을 알아볼까 싶지만 만나면 바로 기억이 날 것 같다"며 "누님이 너무 예뻐서 평양시내 친구들까지 와서 보고 갔던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여동생 2명과 만날 예정인 문정아(86)씨는 "우리 집은 6남매인데 북에 두고 온 5남매 중 3명이 사망해 여동생 둘을 만나게 됐다"며 "동생들 옷을 준비했는데 사이즈를 알 수 없어 내 몸을 기준으로 했다"고 밝혔다. 북에 두고 온 동생과 조카 2명을 만나는 차규학(80)씨는 "동생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조그많고 날 따라다녔던 게 생각난다"며 "어머니와 누나는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동생이 장가는 또 어떻게 갔는지 등을 묻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상봉은 남측 상봉 신청자가 북측 가족을 만나는 1차 상봉(2월20~22일)과 북측 신청자가 남측 가족을 만나는 2차 상봉(2월23~25일)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첫날인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오후3시에 열리는 '단체상봉'을 시작으로 오후7시 환영만찬으로 이어진다. 둘째 날인 21일에는 개별·단체 상봉에 이어 공동중식이,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작별상봉'이 예정돼 있다. 이들은 2박3일간 여섯 차례에 걸쳐 11시간 동안 만나게 되며 23일부터 시작되는 2차 상봉도 같은 일정으로 진행된다.

우리 측 상봉인원은 이날 이모(83)씨의 건강악화로 기존 83명에서 82명으로 한명 줄었으며 북측에서 맞이할 이산가족은 170여명이다. 1차로 상봉하는 우리 측 이산가족은 최고령자인 96세의 김성윤 할머니를 비롯해 90대 25명, 80대 41명, 70대 9명, 69세 이하 7명으로 70세 이상이 90%를 넘는다. 2차 상봉에 나서는 북측 상봉 대상자들은 88명이며 남한 가족들은 361명이다.

이산가족들은 상봉 당일인 20일 오전9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배웅을 받으며 속초를 출발, 강원도 고성의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현대아산이 운영하는 버스로 갈아타고 오후1시께 상봉 장소인 금강산호텔에 도착한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남측 의료진 12명과 구급차 1대도 동행한다.

한편 통일부는 동해안의 폭설이 이번 상봉 행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혹시나 모를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눈이 많이 왔지만 제설 작업을 하면서 상봉 행사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점검팀이 들어가 도로, 숙소 난방, 전기공급 상황을 포괄적으로 준비하고 현재 차질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속초=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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