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큰 기대를 안고 시작했던 올해 주식시장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
지난 6개월간 국내 주식시장은 기대와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반기가 마무리됐지만 지난 연말 주가 수준을 밑돌고 있다. 상반기 내내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과는 분명히 다른 부진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의 부진은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지나고 주가 급등락이 한 차례 마무리된 2010년 이후 부터 성과가 부진한 편에 속한다.
선진시장과 차별화된 신흥시장의 부진이 국내 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 2010년 이후 자국 통화기준으로 선진시장이 38.4% 상승하는 동안 신흥국은 평균 1.0% 상승했고, 한국시장은 2.8% 하락했다. 신흥국 가운데에서도 취약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는 지난 2010년 이후 각종 경기부양정책을 시행해 꾸준한 상승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국 등 신흥시장은 정체되거나 부진한 양상을 반복하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이익성장이 정체되면서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장의 기업이익 동향을 확인해보면 해마다 약 20% 내외의 성장 기대감과는 다르게 2011~2013년 전혀 다른 결과를 보였다. 상장사협의회가 집계한 12월 결산법인의 실적은 연결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이 해마다 감소했다. 2010년 87조5,000억원에 달했던 당기순이익은 해마다 감소, 지난해에는 61조7,000억원까지 줄어들었다. 매분기, 매년 말 '어닝쇼크'가 누적된 결과다.
따라서 하반기 이후 한국 증시의 반등 여부는 지난해까지,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도 반복된 부진한 기업이익이 개선될 수 있는지에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이익의 증가 없이 본격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기업실적 전망에 기초한 이익 기대치(컨센서스) 추이는 올해도 역시 지난 몇 년간의 부진이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익전망의 조정양상이 지난 2012년과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IT업종을 제외하고는 여타 업종의 이익전망은 비교적 양호한 모습이다. 적어도 이익전망의 하향조정 속도는 다소 완화되고 있다. 또 경기소비재 등 일부 섹터는 지난 2년간 전망에 비해 다소 높은 전망치를 유지하고 있다. 섹터별로 전망치의 하향 조정 속도가 다르지만 경기소비재, 필수소비재, 금융, 유틸리티 등은 시장 전체에 비해 연초 이후 하향조정 폭이 작다. 이익전망이 비교적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하반기 이후 이익 동향에서 선진국 경기회복과 이에 따른 수요 증가가 미칠 영향도 관심사가 될 것이다. 미국, EU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이 교역량을 증가시키고 있고 한국의 대미수출, 대EU 수출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무역 규모에 비해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부족한 국내 사정을 감안하면 선진국을 상대로 한 수출이 선진국 경기회복과 함께 증가해야 한다. 또 이렇게 되어야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이익전망이 개선될 여지가 크다.
기업이익과 함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는 유동성 환경은 하반기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연말까지 모두 종료될 것이 확실하고, 내년에는 금리인상 등 더 강력한 출구전략도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을 대체해 유럽의 양적완화정책(새로운 LTRO·장기대출프로그램)이 예고돼 있고, 중국·중동계 등 다양한 지역의 자금이 한국시장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 유동성도 상반기의 긍정적 흐름을 이어가는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기업이익과 유동성, 두 가지 핵심변수의 동향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상반기까지의 이익조정과 달리 하반기 선진국 수요회복에 기초한 실적개선이 가시화될 수 있다면 하반기 시장의 방향은 긍정적일 수 있다. 2·4분기 실적 발표 이후 기업실적 동향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