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두산(000150)그룹 회장이 직접 사회자로 나서는 사내 음악회가 매회 성황을 이루고 있다.
지난 14일 저녁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두산웨이홀에 두산 계열사의 임직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날 저녁 7시30분부터 두산웨이홀에서 열린 음악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임직원들은 마치 유명 연예인의 콘서트를 보러 온 것처럼 들뜬 표정으로 가득했다.
이날 열린 공연은 '박용만 회장과 함께하는 봄 콘서트'로 올해 첫 공연의 주제는 '삶의 크로스오버'였다. 박 회장은 지난해 3월부터 임직원과 가족을 대상으로 계절별로 사내 음악회를 열고 있다.
대부분의 공연 아이디어는 그에게서 나오는 만큼 장르도 다양하다. 지난해 첫 공연은 유명 성악가들이 나온 클래식이었고 여름에는 성악가(임선혜), 발레리나(김주원), 피아니스트(노영심)가 함께 '녹턴 바이 3 아티스츠(Nocturne by 3 Artists)'라는 부제로 공연했다.
올해 첫 공연은 크로스오버가 주제였다. 판소리를 하는 공연예술가 이자람, 포크음악이나 펑크록을 불러온 가수 김일두, 반도네온(아르헨티나 탱고 연주에 주로 쓰이는 아코디온처럼 생긴 악기) 연주자 고상지가 한 자리에 모였다.
박 회장은 공연의 기획 아이템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매회 직접 참석해 사회자로 나선다. 별도의 대본 없이도 진행은 물론 공연의 장르나 개별 곡에 대한 해설까지 곁들인다. 회사, 가정 등에 대한 에피소드에서 느낀 점들을 이야기로 풀어내며 관객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박 회장은 때로는 직원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생일을 맞은 직원을 일일이 소개하기도 하며 음악회를 '소통 경영'의 일환으로 삼는다. 간혹 직접 무대에 함께 서서 노래를 부르는 출연자로 변신할 때도 있다.
공연의 퀄리티가 높다 보니 사내 음악회는 인기가 높다. 선착순으로 마감하는 티켓 신청은 순식간에 마감될 정도다. 임직원 1인당 2장씩 신청을 받는데 총 350석 규모의 콘서트장은 매번 빈 자리가 없이 빽빽하다. 인기가 높아지자 지난해 가을에는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에 특설 무대를 설치하고 지방 공연을 한 적도 있다. 당시 박 회장은 "창원의 두산 가족이 직접 땀 흘리며 일하는 이곳에서 음악을 듣고 공연을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박 회장의 콘서트 경영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상의에도 접목됐다. 지난해 연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상의 임직원과 가족들을 초청해 '대한상의 가족 송년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은 국립오페라단의 후원회장으로 평소 문화예술에 관심이 높다"며 "사내 음악회가 박 회장과 직원들이 예술을 통해 소통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