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해 31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천 회장의 구속 여부는 오는 6월2일께 서울중앙지법의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처 결정된다.
검찰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중단됐던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8일 만에 재개, 천 회장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및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 5월19일 천 회장 첫 소환 이후 세 차례 불러 조사한 후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었으나 같은 날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수사를 잠정 중단해왔다.
천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태광실업 세무조사 때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에게 조사 중단을 청탁하고 박 전 회장으로부터 7억여원의 금전적 이득을 얻고 박 전 회장의 도움으로 자녀에게 주식을 편법 증여하는 등 100억여원의 증여세와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또 2003년 나모인터랙티브, 2006년 세중여행을 각각 합병해 세중나모여행을 만들고 합병ㆍ분할을 통해 13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하고 우회상장 등의 방법으로 자녀에게 주식을 편법 증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통화내역 조회를 통해 천 회장이 세무조사 때 한 전 청장을 집중적으로 접촉한 사실을 확인했으나 세무조사 보고서의 왜곡ㆍ변형 흔적이 없어 한 전 청장이 청탁을 실제 들어주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박 전 회장과 의형제 사이인 천 회장은 검찰조사에서 “세무조사 로비와 관련해 단 1달러도 받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중국 베이징에서 박 전 회장이 건넨 15만위안(2,300만원)도 선수단 격려금이었을 뿐”이라며 혐의를 대체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천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다른 여권 핵심 인사도 로비에 연루됐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관련 수사는 종결했지만 박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정ㆍ관계 인사들을 이번주 신속히 소환조사해 6월 중반 전에 모든 수사를 마무리하고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민유태 전주지검장과 김종로 부산고검 검사, 대검 C과장, 또 검찰 고위직 출신인 이종찬 전 민정수석 등 검찰 내부 인사에 대한 조사를 끝낸 뒤 사법처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