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박스권 장세에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롱쇼트펀드가 수난기를 맞고 있다. 주식시장이 살아나면서 오를 만한 주식은 매입하고 떨어질 종목을 공매도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롱쇼트펀드에 불리한 환경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KB자산운용의 대표 펀드상품인 '코리아롱숏펀드'와 '한일롱숏펀드'는 이러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꾸준한 수익을 올려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정병훈(사진)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팀장은 "대체로 롱쇼트펀드는 박스권에 강하지만 펀드매니저의 운용능력에 따라 수익률이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며 "변동성을 최소화시켜 안정적인 수익을 목표로 펀드를 운용하는 것이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일부 매니저는 업종이나 섹터 전체를 가지고 롱쇼트 전략을 구사하는데 이 경우 단기적으로는 운용자의 예상대로 진행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심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신 같은 업종 내에서 매수 종목과 매도 종목을 고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정보기술(IT), 전자업종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 같은 삼성전자를 매수하고 LG전자를 매도하는 전략을 취한다는 것이다.
펀드평가 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용 중인 71개 롱쇼트펀드 가운데 지난 1년간 은행 저축금리보다 높은 연 3% 이상의 수익률을 올린 상품은 17개에 불과했다. 이 중 정 부장이 운용하는 한일롱숏펀드가 가장 높은 수익률(8.47%)을 기록했고 함께 운용하는 코리아롱숏펀드의 수익률도 6.30%로 네 번째로 높았다. 지난해 말 대부분 롱쇼트펀드의 수익률이 곤두박질친 것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종목들이 갑자기 오르면서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이후 수익률 악화는 그동안 좋지 않아 매도 포지션에 뒀던 종목과 섹터가 급반등했기 때문"이라며 "이를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펀드매니저들이 쇼트 포지션에서 손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정 팀장은 올해는 국내 수출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가 좋아지면서 제품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 정 팀장은 "달러가 강세기는 하지만 유로화와 엔화 모두 약세여서 가격으로 경쟁하는 국내 기업에는 유리하다고 할 수 없다"며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격과 함께 제품 경쟁력까지 확보한 IT업종이나 수출주는 상황이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주식시장과 관련, 유럽과 일본·중국 등 세계 경제의 회복 속에서 국내 증시도 동반 상승을 할 수 있지만 고성장기를 지난 우리 경제의 구조를 감안할 때 또 다른 박스권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롱쇼트펀드 투자자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정 팀장은 "지난해 이전까지 롱쇼트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실제로 5% 등락에 안절부절 못 하는 투자자는 사실 롱쇼트펀드와 맞지 않다"며 "지루한 박스권 증시 속에서 방향성을 확신하지 못할 경우 '금리+α' 수준의 수익률을 기대한다면 롱쇼트펀드는 여전히 유망한 투자대안"이라고 말했다.
◇롱쇼트펀드=오를 것 같은 종목은 사고(long) 떨어질 것 같은 종목은 공매도(short)를 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상승과 하락 두 방향에 모두 '베팅'을 하기 때문에 박스권 장세에서는 일반 뮤추얼펀드 등과 비교해 유리하다. 현재 국내에는 71개 롱쇼트펀드가 운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