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자회담과 북미대화를 거론하며 대화 공세를 강화하는 가운데 영변 원자로 재가동이란 압박 카드를 함께 사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는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영변의 5㎿급 가스 흑연 원자로 냉각 시스템의 배수관에서 온배수(hot waste water)가 배출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밝혔다.
이 사이트는 원자로 인근 건물에서 관측된 흰색 증기 등을 근거로 북한이 8월 하순부터 이 원자로 재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지난달 잠정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북한은 이미 지난 4월 "우라늄 농축 공장을 비롯한 영변의 모든 핵시설과 함께 5㎿ 흑연감속로를 재정비, 재가동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38노스의 분석이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는 북한식 '대화와 압박' 전략이 본격 구사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1.5트랙 대화와 영국에서의 세미나 등을 통해 6자회담의 재개를 촉구한 바 있다.
한국과 미국은 정보사항임을 이유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주지 않고 있지만 영변 핵시설 재가동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3일 "영변 원자로가 재가동이 된다면 이는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된 매우 부정적인 조치"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미 우라늄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낡은 영변 원자로 재가동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의 양을 조금 더 늘리는 정도의 의미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만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한다면 이는 말로만 비핵화를 주장하면서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과는 전혀 반대의 방향으로 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은 지난달 국무부 브리핑을 통해 "영변 원자로 재가동이 사실이라면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란 입장을 확인했다.
한국과 미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조치를 행동으로 먼저 보여줘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북한이 이같은 대화와 압박 카드를 계속 쓰는 것이 6자회담의 재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