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보유세 강화 방안이 주택시장 일부서부터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물 출회량이 늘면서 매도호가가 추가로 떨어지고 있는 것.
다만 실수요층이 두터운 일부 중ㆍ대형 아파트에선 되레 조세저항이 일고 있어 향후 정부가 재산세 가감산율과 종합부동산세 적용방안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확정할 지가 시장판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3일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정부의 보유세 개편방안이 발표된 이후 시중 부동산중개업소에는 다주택보유자들의 세금관련 상담과 적정 매도시기를 묻는 문의가 급증했다. 또 일부 아파트에선 지난 주말새 매물이 크게 늘기도 했다. 정부가 당초 10ㆍ29부동산대책을 통해 양도세 강화방침을 내놓았을 때만 해도 “차라리 팔지 않겠다”며 버티던 매도자들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
◇재건축아파트 투자자 매물 쏟아내=특히 서울 강남권 저층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주로 10평형대인 이들 아파트는 그 동안 재산세 가감산율이 과세대상 건물의 면적에 따라 산정됐던 탓에 세부담이 적었지만 보유세 개편방안에 따라 가감산율이 시세를 기준으로 재조정될 경우 재산세 부담이 수배씩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강남구 개포지구 일대 중개업소에만 해도 발표 직후 지난 주말새 수십 건의 매물이 새로 쏟아져 주공1ㆍ3단지 아파트 매도호가가 500만~2,000만원씩 추가로 하락했다. 송파구 잠실지구 일대에서도 매물 출회량이 크게 늘었다.
잠실동 열린공인의 한 관계자는 “여러 채의 소형 재건축아파트를 매입했던 분들은 가뜩이나 많은 금융비용을 내고 있는데 재산세 부담까지 늘게 되면 버티기 힘들 수밖에 없다”며, “연내에 팔아야 되지 않겠느냐는 식의 상담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중ㆍ대형 아파트에선 조세저항=반면 비교적 실수요층이 두터운 양천구 목동과 광진구 광장동 등에선 30평형대 이상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광장동 현대5차와 10차 33평형의 경우 1주전보다 500만~1,500만원 가량 호가가 올랐고, 목동 신시가지3차 역시 전평형에 걸쳐 2,000만원 가량 호가가 뛰었다.
재산세 가감산율 등이 확정이 안돼 보유세 부담 증가분을 체감할 수 없는 상태에서 양도세 부담 증가분 만큼을 미리 매매가격에 전가 시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 또 일부 다주택보유자들은 증여 등의 방법을 통해 세금 부담을 피해가려 한다는 게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 양천구 신정동 진성부동산의 나성숙 사장은 “매물 예상처럼 많이 나오진 않고 있다”며, “보유세 강화 방침이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이 안된 상태여서 각 매물보유자가 실제로 얼마의 세금을 더 부담할지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병권기자 이혜진기자 newsroo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