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중소기업청과 이마트가 소상공인을 위해 추진키로한 공동구매 지원 사업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지지부진해 전형적인 전시행정이 아니냐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이마트 유통망을 통해 중소 상공인들이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동구매하고, 이마트 보유 물류센터 등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 사업의 주요 골자다. 당초 목표와 달리 사업 주체가 바뀌는 등 혼선 속에 사업 추진 협약을 맺은 지 1년반이 지났지만 정식 구매는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다.
자원외교 성과를 부풀리는 과잉 홍보로 빈축을 사고 있는 지식경제부처럼 산하 기관인 중기청 역시 부실 행정으로 소상공인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중기청이 최근 SSM몸집 불리기에 주력해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는 이마트와 협업을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중소 상인단체의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1년 반째 '협의 중'인 공동구매사업=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현재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과 함께 중소상인들의 공동구매를 지원하는 사업 모델을 만들기 위해 협의 중이다. 문제는 협약 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아직도 '협의 수준'이란 점이다.
이는 그간 추진했던 시도가 모두 무산된 탓이다. 어찌보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억지로 벌인 결과로 분석된다. 당초 이마트는 소상공인 단체인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와 공동구매와 물류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사업 진행 과정에서 서로의 시각차가 너무 커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유통센터 역시 시범사업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해 종료됐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 관계자는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히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청과 이마트의 공동구매 사업은 지난 2010년 5월 진행된 '대·중소유통업체의 상생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에 따른 것이다. 당시 협약에 참여한 중기청과 신세계,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이마트의 물류 및 유통망을 활용해 소상공인이 제품 공동구매와 공동물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사업이 부실화된 데 대해 중기청은 이제는 "사업이 민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중기청의 한 관계자는 "현재 (사업 진행 과정에 대해) 모니터링만 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일부 지원은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적극적인 개입으로 보기에는 조금 그렇다"고 설명했다. 2010년 당시 중기청장까지 직접 나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협약을 체결할 정도로 의욕적이었던 모습과는 정반대다.
◇ '중소상권 침해하는 이마트와 협업?'=이마트에 대한 중소상인단체의 반발도 사업 추진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 2010년 협약 당시에도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중기청이 신세계가 도매업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해 줬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단체의 배재홍 사무국장은 "지난해 12월 송종호 신임 중기청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사업 재검토를 요구했지만 '이미 많이 진척이 됐기 때문에 중단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최근 기업형 슈퍼마켓(SSM)및 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확대로 중소상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이마트가 적합한 사업 파트너인지에 대한 의문이 이어진다. 트레이더스는 지역 중소상인을 타깃으로 하고 있어 최근 중소 도매상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점포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온라인몰인 '이클럽' 역시 중소 슈퍼마켓에 이마트 상품을 납품해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로 지난해 8월 부산 지역 중소도매상인 66명이 중기청에 제기했던 이마트 트레이더스 서면점과 이클럽에 대한 사업조정신청이 지난달 전국 최초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한 중소상인단체 관계자는 "우리가 대형유통업체의 SSM 입점을 저지하는 입장에서 그들을 이용해 장사한다는 것 자체가 어폐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상인단체 관계자는 "이마트 물류를 이용하면 당장 회원사들에게 이득이 된다고 판단을 한 결과"라며 "이마트 물류에 예속화돼 그들의 가격조정에 휘둘린다면 결국 자기 숨통을 조이는 올가미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업계는 대기업 유통망에 편승하려는 기존의 공동구매 협약에서 벗어나 중기청이 중소상인들을 위한 통합 물류센터 구축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2013년까지 나들가게용 통합 물류센터를 전국 20개까지 건립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지금까지 성과는 아무것도 없다. 배재홍 사무국장은 "슈퍼운영 상인들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원하는 소매점에 물류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센터 건립이 필수"라며 센터 구축에 중기청이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