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감정기관 통합 보류

감정위원委·감정硏 주도권 문제로 협상 결렬

올 3월부터 추진해 온 미술품 감정(鑑定)기관의 통합이 잠정적으로 보류됐다. 10일 화랑가에 따르면 ㈔화랑협회 산하 감정운영위원회와 ㈔한국감정협회 산하 ㈜한국미술품 감정연구소로 나눠졌던 양측 감정기관이 통합을 위해 수차례 협의해 왔지만 어느쪽을 중심으로 통합을 하느냐에 대한 주도권 문제를 두고 의견을 좁히지 못해 결렬된 것으로 밝혀졌다. 미술품 감정기관의 통합은 검증시스템 강화를 통해 국내 미술시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지난 2월 14대 화랑협회장으로 선출된 이현숙회장(국제갤러리)의 선거 공약이기도 했다. 감정기관이 양분된 것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감정운영위원회 소속 감정위원들이 화랑협회 측과의 다툼으로 위원들이 일괄 사태, 별도의 협회를 설립ㆍ운영하면서부터다. 감정기관 양분은 미술시장 혼란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벌어진 이중섭 위작사건. 지난해 3월 서울옥션에 감정 후 출품된 이중섭 작품 8점에 대해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모두 위작이라고 주장, 법정공방을 치루며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그 밖에도 천경자, 도상봉 등 유명작가의 작품 진위를 두고 서로 정반대 판정을 내려 일부는 법정다툼까지 벌일 뻔하기도 했다. 유명작가 작품의 경우 감정결과 진품으로 판정 나면 수천만, 수억원을 호가하지만 위작으로 판정 날 경우 휴지조각으로 치부되기 때문에 양 기관의 엇갈린 판정은 미술품 검증에 대한 불신을 더욱 부채질 한다. 감정협회 관계자는 “최근에는 감정할 가치가 없는 100만원 이하 생존작가 작품의 진위여부를 감정 의뢰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미술품에 대한 일반인의 불신이 깊어 걱정된다”며 “두 기간이 통합하면 감정위원들간 교류는 물론 양측이 쌓아온 데이터베이스를 교차 검증해 미술품 감정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아쉽다”고 말했다. 이현숙회장은 “공약을 실천하기위해 통합을 적극적으로 시도했으나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그러나 정보를 공유하고 위원들 간 교류를 통해 미술품 검증의 신뢰를 높이고 중장기적으로는 통합을 위한 양측간 의견 좁히기는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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