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오바마 제소안 결의… 탄핵까지 이어질까

공화 "행정명령 남용 헌법 훼손"
오바마 "정치적 곡예일 뿐
증오 표출 멈춰달라" 촉구

미국 연방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제소하기 위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워싱턴 정가는 이번 결의가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질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 하원은 30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어 찬성 225, 반대 201표로 오바마 대통령을 제소할 수 있는 권한을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오하이오)에 부여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남용해 의회를 무시하고 헌법을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집권 민주당 의원은 한 명도 찬성하지 않았고 공화당에서는 5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공화당이 특히 문제 삼은 부분은 대통령이 지난 2010년 통과된 '오바마케어' 핵심조항의 시행을 행정명령을 이용해 지연시킨 사례다. 공화당은 또 오바마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추방을 미루거나 올해 신년연설에서 더 많은 행정명령을 발동하겠다고 선언한 사실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워싱턴 정계와 언론은 이번 결의에 따른 제소 자체보다 대통령 탄핵과의 연관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 소송이 성립하려면 오바마 대통령 때문에 직접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할뿐더러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2년 가까이 걸리는 사법 시스템을 모두 거치면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중에 결론이 날지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단 민주당은 제소를 탄핵의 전조로 보는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투표에 앞서 "베이너 의장이 탄핵에 굶주린 극단주의자들에게 굴복했다"고 비난했다. 베이너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오바마 탄핵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으나 보수여론에서 탄핵론이 부상하며 베이너를 몰아세우는 형편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모두 (제소가) 정치적 곡예일 뿐임을 알고 있다"며 "증오만 내뿜는 것을 멈춰달라"고 공화당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많은 공화당원이 바라는 탄핵까지는 가지 않으면서 의회가 통과시킨 법 집행을 가로막는 오바마와 싸우겠다는 베이너 의장의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제소는 오바마케어에서 이민법 개정에 이르는 현안을 둘러싼 민주·공화 양당의 극명한 대립이 빚어낸 결과로 평가된다. WP는 "양당은 중간선거를 의식해 서로를 비난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6년의 오바마 재임기간에 발동한 행정명령은 183건으로 8년간 집권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291건)이나 로널드 레이건(381건) 전 대통령에게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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