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한국가스공사 경남 통영 액화천연가스(LNG) 기지에 반가운 손님이 도착했다. 처음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6만3,000톤이 국내에 들어온 것. 한국가스공사는 향후 20년 동안 매년 150만톤의 LNG를 러시아 사할린에서 도입할 예정이다. 러시아산 LNG 확보는 기존 천연가스 주도입선인 중동과 비교할 때 운송기간이 5분의1에 불과해 에너지 수급안정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동산 LNG는 운송에 15일이 걸리고 동남아시아에서도 일주일이 소요되지만 러시아 극동 사할린에서는 3일이면 한국에 도착한다. 특히 운송기간 단축과 함께 중동ㆍ동남아ㆍ호주 등지에 묶여 있던 가스도입선을 다변화한 것은 에너지 안보를 한 단계 강화하는 한편 오만ㆍ카타르ㆍ말레이시아ㆍ인도네시아 등과의 협상에서 우리 측 입지를 강화하는 효과를 냈다. 채희봉 지식경제부 가스산업과장은 "러시아산 가스 도입은 중동과 동남아에 이어 극동지역과도 신규거래를 튼 것으로 우리나라가 동북아 에너지 물류 허브로 도약하는 데도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산 가스 도입은 가격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운송기간이 대폭 줄면서 관련비용도 감소했지만 정부와 가스공사가 사할린2 LNG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되던 2005년 초 미리 중장기 계약을 통해 가스를 확보, 도입단가가 30% 이상 싼 편이라고 가스공사는 전했다. 가스 도입선 다변화로 시작한 러시아산 도입이 상대적으로 유가가 낮고 세계 가스시장이 판매자보다 구매자 우위인 상황에서 이뤄져 운(運)도 따랐다는 설명이다. 가스공사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에서는 가스전 개발 성공에 우리나라가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기존 도입선인 중동ㆍ동남아 국가에는 긴장을 불어넣는 1석2조의 성과를 거둔 셈"이라고 평가했다. 또 러시아 정부가 극동 사할린 개발에 공을 들이면서 러시아산 가스도입은 한ㆍ러 간 에너지 협력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통상 천연가스를 발견하더라도 상업적 생산은 구매자가 확보돼야 가능한데 파이프라인 공급이 아닌 LNG 방식의 개발을 추진한 사할린 가스 프로젝트 수요는 일본과 한국ㆍ대만 정도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시장상황에 따라 일본의 미쓰이ㆍ미쓰비시가 주요 사업 파트너로 참여하고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일본에 공급하는 사할린 프로젝트에 한국이 구매자로 참여, 러시아의 입지가 강화된 측면이 있다고 가스업계는 평가했다. 민간 자원개발업체의 한 대표는 "러시아 자원개발에 정부와 국내 기업의 진출 노력이 가시화하고 있지만 사실상 러시아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며 "사할린산 가스 구입이 우리 측 발언권을 일정 부분 확대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월 사할린2 LNG 플랜트 준공식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이고르 세친 부총리, 세르게이 슈마트코 에너지부 장관 등 거물들이 총출동하자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함께 참석, 러시아산 천연가스 도입 확대와 함께 광권 연장이 되지 않아 탐사가 중단된 서캄차카 해상유전 개발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지경부 고위관계자는 "러시아 고위인사들과 접촉해 서캄차카 유전개발에 석유공사 등 우리 측이 계속 참여하는 방향으로 일단락됐다"고 말했다. 서캄차카 유전개발 사업은 사할린2 프로젝트의 지분 50%를 보유한 러시아 가즈프롬과의 합작을 통해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주강수 가스공사 사장은 "러시아산 첫 LNG 도입을 계기로 러시아와 파이프라인 방식의 가스 도입을 추진 중"이라며 "PNG는 오는 2015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