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한국의 쌀 등 농산물과 자동차시장 개방,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불인정 등이 수용되지 않으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미 무역대표부(USTR)에 전달했다.
헨리 하이드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은 20일(현지시간) 캐런 바티야 USTR 부대표를 출석시킨 가운데 한국과의 FTA를 종합 점검하는 청문회에서 “미국 정부가 한국과의 FTA 협상에서 개성공단 조항을 포함시켜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하이드 위원장은 “우리의 돈을 계속 위조하고 미사일과 핵무기로 우리와 우리의 동맹국들을 위협하는 북한에게 조금이라도 우리의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은 세계가 웃을 일”이라며 “한국과의 FTA 협상에서 개성공단 조항은 당연히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답변에 나선 바티아 부대표도 “북한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협정은 미국측 입장에 배치되는 것”이라며 “한국과의 협상에서 개성공단 조항을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했다.
하이드 위원장은 또 한국 자동차시장에 대해 “한국은 지난해 미국에 73만대의 차량을 수출했지만 수입은 고작 5,800대에 불과했다”며 “한국 등 아시아와의 대규모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현실에서 FTA 협상은 공정한 무역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일 쌀시장이 한국 등 아시아의 성역(Sacred Cow)이라면 미국에게는 자동차시장이 성역”이라며 “농업분야를 포함한 완전한 시장개방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미국은 자동차 업계의 작은 부문이라도 희생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등 아시아국가에게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제공할 경우 해외 기업에 대한 아웃소싱이 더욱 늘어나 미국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며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과 추진하고 있는 FTA 협상에는 비자면제 조항을 포함시키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 의회에서 한국과의 FTA 협상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미 행정부와 FTA 타결을 성사시키고도 의회에서 승인을 받지 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