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17일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한단계 낮추면서 일본 정부의 경제회생 노력이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특히 이번 무디스의 등급하락 조치로 16일 일본 정부가 내놓은 사상 최대 규모의 긴급 경기부양책은 막대한 상처를 받게됐다. 전후 최악의 경제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은 최근 더욱 심각해지는 내수 부진, 신용경색, 기업도산 급증을 막기 위해 대안 마련에 나섰었다.
그러나 이미 예상했던 정책들을 재구성하는데 그쳤다는 경제 전문가들의 비판과 시장의 냉담한 반응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는 일본 정부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으로 치명타를 맞은 셈이다. 내수 부진, 금융기관의 대출 급감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일본 기업들과 금융기관의 신용등급도 이번 국가신용등급 하향으로 인해 동반 추락이 불가피, 경제난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17일 일본 최우량 기업으로 손꼽히는 일본전신전화(NTT), 추바전력, 간사이전력, 도쿄전력의 등급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1로 강등됐다.
이에 따라 향후 일본의 대외신인도를 둘러싸고 일본 정부와 무디스간의 갈등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무디스의 일본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 배경으로 지난 4월부터 촉발된 신용평가 공방을 지목하고 있다. 무디스가 4월초 일본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수정하자 이에 발끈한 일본 국제금융정보센터(JCIF)가 무디스에 대한 역평가에 나서겠다고 주장, 양측간의 갈등이 심화됐다. 결국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조치는 어느 정도 예상돼 왔던 것이다. 지난 83년 일 대장성 주도로 민간 금융기관들이 출자해 설립한 JCIF 역시 다음 달에 무디스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무디스는 일본 기업, 금융기관의 등급을 무참하게 하향 조정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표 참조
무디스는 16일 일본의 닛산, 미쓰비시 자동차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 단계로 하향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의 은행과 종합무역상사 신용등급도 무디스에 의해 정크본드 수준으로 속속 떨어졌다. 지난 달에 일본 6위 종합무역상사인 닛쇼 이와이(日商岩井)의 장기 외화표시 채권 신용등급은 BAA2에서 정크본드 수준인 BA1으로, 마루베니(丸紅)상사의 등급도 A3에서 BAA2로 하향조정됐다. 무디스는 또 후쿠오카(福岡) 시티은행과 조요(常陽)은행, 요코하마은행, 스루가은행, 군마은행 등 5개 은행의 신용등급 하향조정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