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제는 무엇이며, 이 시대에는 과연 어떠한 금융기관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인가? 디지털 경제란 한마디로 「정보와 지식에 대한 고객의 수요와 이에 대한 신속한 공급체계를 근간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 체제」를 의미한다.금융산업은 이른바 「사이버 금융시장」이 주요한 경쟁시장이 될 것이고, 고객의 범위, 대상, 그리고 서비스 정도는 급격히 확대될 것이다. 물론 금융에 대한 중앙은행이나 정부의 역할도 변화될 것이다.
그러면 디지털 경제시대의 경쟁력 있는 금융기관은 어떠한 특징이 있으며, 선진 금융기관들은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는 지 살펴보자.
첫째, 고객 정보에 근거한 거의 무제한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즉, 경쟁력 있는 금융기관은 고객에 대한 정확하고 풍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간, 공간, 고객 그리고 서비스 영역에 거의 제한없이 마케팅을 하게될 것이다.
체이스맨하탄 은행을 비롯한 선진국 은행들은 이미 고객에 대한 대규모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구축, 이를 바탕으로 고객이 원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J P 모건은 고비용 저수익 고객들을 가급적 인터넷 거래로 전환, 고객확대와 비용절감을 동시에 충족시키며, 기존의 대규모 우량고객들에게는 더욱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
메릴린치는 금융 컨설턴트가 고객에 맞는 개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부터, 인터넷을 통해 고객 스스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적인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금융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할 계획이다.
둘째, 금융 및 비금융서비스를 제공하여 다양한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비금융기관의 등장이 두드러질 것이다. 따라서 업역(業域)이 확대되면서 비금융업과의 경계가 모호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으로 금융소프트웨어 생산회사인 인투잇(INTUIT INC.)을 들 수 있는데, 현재 「INTUIT'S QUICKEN.COM」웹 사이트를 통하여 금융시장 뉴스정보 뿐만 아니라 보험, 부동산 투자, 금융자산 투자 및 세금관리업무 등 각종 서비스 상품들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금융소프트웨어 및 온라인 뱅킹 기술을 전세계 은행에 판매하던 회사가 벌써 디지털 경제시대의 경쟁력있는 금융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같은 외국금융기관들의 움직임에 국내 금융기관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도태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둘째, 지점확대와 같은 양적 성장보다는 「전자채널」을 활용한 질적 서비스 개선에 투자를 집중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국내 금융기관들은 여타 금융기관과 합병 또는 비 금융기관과의 적극적인 기술제휴가 필요하다.
셋째, 단순한 온라인 금융을 하지 말고, 먼저 고객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축적, 분석하여야 한다. 이미 선진국은행들은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높이지 않으면 아무리 인터넷 온라인 뱅킹을 하여도 수익성이 좋아질 수 없다」는 점을 경험하였다.
넷째, 정부 감독당국과 더불어 금융시스템 장애, 사기범죄, 불법 정보 유출 등에 대한 방지책을 마련, 거래 안전성을 이뤄야 할 것이다. 최근 미국의 GAO조사에 의하면 미국금융기관들의 44%가 온라인 금융 위험을 관리하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섯째, 인프라차원에서 비금융기관의 금융업진출에 대한 인·허가 및 관리 감독이 필요한데, 이 부문에 중앙은행의 역할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디지털 경제시대에는 고객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신속한 금융서비스 제공 능력이 없으면 경쟁력있는 금융기관이 될 수 없다.
김희성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