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규모가 올해보다 줄어들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예산도 줄어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이는 상당 부분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먼저 내년 예산 117조5,000억원은 올해의 당초 예산 111조5,000억원에 비해 5.4% 증가한 것으로 증가율이 그리 낮은 것이 아니다. 다만 지난 6월에 경기진작을 위해 일반회계 기준 3조6,000억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했고, 이번 태풍피해 복구를 위해 또다시 3조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함에 따라 올해 예산은 118조1,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와 비교할 때 내년 예산이 오히려 줄어드는 모습이 되겠지만 한시적으로 늘어난 올해 추경예산과 내년 예산을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한 예로 올해 당초 예산도 지난해 태풍 루사로 인한 추경예산에 비해서는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원래 긴축재정 여부는 일반회계 외에 특별회계와 기금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통합재정수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잠정적으로 내년도 통합재정수지는 균형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이렇게 볼 때 내년 예산은 긴축이라기보다는 경기 중립적으로 편성됐다고 말할 수 있다.
내년도 경제에 대해서는 낙관적 전망과 비관적 전망이 엇갈리므로 현재 시점에서 내년도 경기침체를 전제로 적자재정을 편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고 정부가 단순히 균형예산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니며 내년에도 경기가 어려울 경우 조기집행 등을 통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다.
SOC 투자가 축소돼 경기위축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적절하지 않다. 우선 내년에 SOC 투자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올해 경기진작을 위한 추경예산을 통해 일시적으로 SOC 투자가 늘어난 때문이며 2003년 본예산과 비교하면 2.9% 늘어난 수준이다. 내년에는 경부고속철도 1단계 등 대규모 완공소요가 1조1,000억원에 달하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현재 건설경기는 상당히 좋은 편이며 공사물량도 부족하지 않다. 특히 태풍피해 복구를 위한 추경예산 집행은 실제 상당 부분의 공사가 내년까지 2년에 걸쳐 이뤄질 것이다.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SOC 투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는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투자 또한 중요하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내년 예산에서는 연구개발(R&D)ㆍ정보화ㆍ교육 등 미래 대비 투자를 크게 늘렸다. 내년에는 R&D 투자가 8%나 늘어나고 교육(6%), 정보화(6.3%), 문화ㆍ관광(5.7%) 분야의 예산도 크게 늘어난다.
해마다 그 다음해 예산안을 발표하면 1인당 조세부담액이 중요한 이슈가 되곤 한다. 내년 예산상 우리나라의 1인당 조세부담액은 318만원이다. 그런데 1인당 조세부담액은 단순히 전체 조세를 인구수로 나눠 본 것에 불과하며 실제 일반 국민이 1인당 평균 318만원을 세금으로 낸다는 뜻은 아니다. 1인당 조세부담액은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외국기업을 포함해 기업이 낸 세금까지 개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계산되고 소득계층간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개념이다. 내년도 예산 중 개인이 내는 소득세는 22조7,000억원인 반면 기업이 내는 법인세는 23조6,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1개 기업이 연간 세금을 1조원 가까이 내는 점을 감안하면 1인당 조세부담액을 실제 개인이 내는 세금과 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국민의 조세부담 정도를 알려면 1인당 조세부담액보다는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한 조세부담률로 이야기해야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 22.6%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인 28.5%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정해방(기획예산처 예산총괄심의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