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개인의 증시 참여가 국내 증시의 본격적인 상승장 진입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이날 기준으로 3조2,08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일 평균 거래대금이 3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2년 2월(3조9,107억원) 이후 3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4월(1조5,443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두 배나 늘어난 금액이다. 지난해 12월 1조8,790억원에 불과했던 개인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올 1월 2조1,705억원에 이어 2월 2조2,745억원, 3월 2조5,448억원으로 매달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개인의 증시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전체 거래대금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에서 개인 비중은 지난해 12월 48.29%에서 올 2월 50%를 넘어선 데 이어 이달 현재 59.29%로 60%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2009년 8월(59.84%) 이후 5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최근 연일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코스닥시장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면서 이달 개인 일 평균 거래대금은 2010년 1월 이후 5년 3개월 만에 다시 3조원을 넘어섰다.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놓은 돈을 뜻하는 고객예탁금도 지난 7일 누적 기준 18조2,842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3.57% 증가했다. 그만큼 주식투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의미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개인의 거래대금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동시에 개인들이 좀 더 활동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개인의 증시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본격적인 상승 국면 진입으로의 전조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유동성 장세 속에 외국인과 연기금이 증시를 이끌어가는 가운데 개인까지 가세하는 모습은 상승장으로 가기 위한 긍정적인 신호"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지수가 기관의 대규모 매도 공세 속에서도 소폭 하락 마감하며 선방할 수 있었던 것도 개인 투자자들의 힘이 컸다. 개인(1,835억원)은 외국인(702억원)과 함께 순매수에 나서 이날 하루에만 2,635억원을 팔아치운 기관의 매도물량을 흡수했다.
1%대 초저금리 상황에서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개인의 증시 참여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코스피의 거래대금에서 개인 비중이 60%에 달하면서 사실상 개인이 주도하는 장세로 바뀌고 있다"며 "초저금리 환경에서 갈 곳 없는 개인 자금이 당분간 증시로 계속 몰려들면서 중소형주 중심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개인은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정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보다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김형렬 팀장은 "개인의 증시 참여가 늘면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각종 정보가 속출하며 투자자들을 현혹하게 마련"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당장 눈앞에 보이는 수익률만 추종하기보다는 기업의 펀더멘털 등 기본에 근거한 종목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의뢰해 올 들어 개인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의 주가 수익률을 살펴본 결과 9개 종목의 주가가 연초 대비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