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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안산에서 미용기기 중소업체를 운영하는 정모 사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젓는다. 지난 1년간 한미 FTA 효과를 보기 위해 미국 시장을 뚫어보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지만 모두 허사가 됐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월마트 등 대형 매장 바이어와 직접 접촉하기도 쉽지 않았고 물류ㆍ유통ㆍ마케팅 등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게 없었다"며 "중소기업이 품질만 믿고 독자적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전문 종합상사 사업에 나선 것은 바로 이 같은 중소기업들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비장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실제로 한미 FTA가 발효된 지 1년이나 됐지만 정작 중소업계에는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상태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한미 FTA 효과는 일부 자동차 부품업체 등을 제외하면 완제품 생산 중소업체에는 미미했다"며 "실제 주위에서 수출실적이 크게 나아졌다는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소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하청구조가 아닌 독자적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빅 바이어 접촉을 비롯해 물류ㆍ마케팅ㆍ수출금융 등 벽이 워낙 높아 홀로 헤쳐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바이어를 주선해주는 중매자가 아닌 실질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 종합상사'로서의 역할을 통해 전방위 수출 조력자로 나선 이유다.
중기중앙회가 종합상사 사업에 나선다고 하자 중소업계 한편에서는 취지야 좋지만 중기중앙회가 이 같은 큰 일을 무리 없이 잘해낼까라는 의구심을 품는 모습이다. 민간단체인 중앙회가 직접 제품 구매로 인한 막대한 손실 위험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중기중앙회는 리스크 헤지 방법을 이미 마련한 상태라고 잘라 말한다.
중기중앙회 측은 "별다른 걸림돌은 없을 것"이라며 "위험하다고 판단했으면 시작도 안 했을 것"이라고 성공에 대해 자신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LA법인과 계약을 맺은 빅 바이어들이 선별된 우수 중소업체의 제품 중 현지에서 먹힐 품목을 선정해 오더를 내고 이후 D/A(일종의 외상거래어음)를 발행하면 외환은행이 중앙회의 신뢰도를 근거로 이를 인수해 해당업체에 물품대금을 선지급하게 되는 구조다. 더욱이 무역보험공사가 이를 보증하면 중앙회는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는 얘기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LA법인이 처음에 소량의 물량을 매입해 6개월에서 1년간 물류센터에 보관하면 그동안 바이어들이 대형 유통망 측과 충분히 접촉해 판매할 수 있다"며 "첫 계약이 성사되면 자연스럽게 큰 물량 거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중기중앙회는 다양한 지원장치도 마련했다. 우선 현지 유통망 측과 협상하기 위해서는 제품을 오랜 기간 보관할 물류센터가 필요한데 LA법인은 이미 두세 군데 물류창고를 확보해놓았다. 여기에 양해각서(MOU)를 맺은 미국 삼성전자물류센터로부터 유통ㆍ물류 노하우도 전수 받기로 했다.
또 마케팅 차원에서 중소업체 제품을 전시할 매장을 설치할 계획이고 물류센터에는 바이어들을 위한 쇼룸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자금은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지원 받을 예정이다. LA법인은 또 소비자 응대를 위한 콜센터와 AS센터도 운영할 방침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이 같은 획기적인 수출지원시스템이 정착되면 철옹성 같던 미국 시장에 중소기업 제품이 손쉽게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미주법인 모델을 유럽ㆍ중동ㆍ동남아 지역 등으로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