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인터뷰] '반가운 살인자' 유오성 '여자분장' 기분 묘해

내 색다른 이미지 보여줬다면 성공
'친구' 이을 새 누아르위해 몸 단련


배우 유오성이 제대로 망가졌다. 얼굴 가득 마스카라 범벅인 채 비 오는 거리를 뛰어다니는가 하면, 딸이 지켜보는 줄도 모르고 여자 스타킹에 스커트까지 입는다. 유오성은 연쇄살인범을 쫓는 백수와 형사의 코믹추격극 <반가운 살인자>(감독 김동욱ㆍ제작 영화사 소풍ㆍ8일 개봉)에서 무능한 가장이자 백수인 영석 역을 맡아 굴욕적인 연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유오성은 "이 영화를 통해 유오성의 색다른 이미지를 봤다면 반쯤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의 어떤 점에 끌렸나 =우선 시나리오가 착했다. 시나리오를 쓴 김동욱 감독의 성정이 묻어나 출연해보고 싶었다. 또 <반가운 살인자>는 '가족애'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내가 요새 가족 코드에 관심이 많다.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족의 붕괴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가족간의 소통과 화해를 전달하고 싶었다. ▲<반가운 살인자>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면. =우리 영화는 웃음 자체가 억지스럽거나 경박하지 않다. 김 감독이 변주를 잘했다. 경박하다 싶을 때 끌어 내리고 무겁다 싶을 때 올리며 리듬감을 살렸다. 주제는 '가족애'인데 연쇄살인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억지스럽지 않게 잘 표현한 것 같다. ▲여장 도전이 화제다. 속눈썹, 스타킹에 여자 옷도 많이 입었던데. =화면에서 나오는 것보다 훨씬 많이 입었다. 한 30벌쯤 되나. 기분이 이상하고 묘했다. 보시는 분들도 당혹스러웠을 거다. 하하. ▲사실 굴욕적인 여장 아니었나. 어떤 효과를 노린 장치였나. =김 감독의 영민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유오성의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마초 같은 유오성에게 저런 면이 있었네. 새롭네'라고 느끼신 분들이 많을 거다. 처음에는 관객들이 거부감을 갖거나 불편해할까봐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당위성과 정당성이 확보돼 있으니까 확신을 갖고 임했다. 다행히 반응이 좋더라. ▲배우 김동욱과의 연기가 잘 조화됐다. =자기 배역을 중심으로 전체를 볼 것이냐, 전체 중에서 캐릭터를 볼 것이냐를 고민해야 하는데 후자를 택했다. 누가 '유오성 너 희생을 많이 했더라'고 말했는데 양보도, 희생도 아니다. 상대 배우와의 조화를 생각하니까 균형감 있게 표현된 거다. 좋은 배우들이랑 연기해서 기뻤다. ▲영화 홍보를 위해 애를 많이 썼다. =알고 보면 예전에도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많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과거에는 낯뜨겁고 쑥스러워했다면 지금은 솔직해진 거다. 내 인성의 변화가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유오성에겐 느와르 영화에 대한 애착이 있을 것 같다. 당연하다. 처음 인정받은 영화 장르가 느와르 아닌가. 어떤 분들은 내가 다른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보고 씁쓸하다고 하더라. 날 서 있고 강직했던 사람이 난도질 당하는 것 같다고. 느와르는 내게 남겨진 숙제 같은 거다. <친구> 같이 잘 만든 느와르 영화가 나온다면 꼭 출연하고 싶다. ▲그런 작품 출연 제의가 없나. =<친구><비트>를 잇는 느와르 3부작이 있다. 2005년에 시나리오가 나왔는데 아직 제작을 못하고 있다. '<친구> 그 후 10년, 목포에서 남자가 태어나다'가 카피다. 그 작품에 출연하기 위해 여전히 몸을 단련하고 있다. 다행히 고등학생으로 나오는 장면은 없더라. ▲50대엔 어떤 배우가 돼 있을 것 같나. =배우로 있길 소망한다. 대중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기보다는 내 스스로 넓고 깊이감 있는 배우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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