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밥 먹고 한해건강 기원하자"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정월대보름에 여러 가지 절식(節食)을 먹으며 그 해의 건강을 기원했다.
귀밝이술(明耳酒)이라고 하여 보름날 새벽 청주를 데우지 않고 마시며 귀가 밝아지길 기원했고 호두ㆍ잣ㆍ땅콩 등을 깨물면서 한해동안 종기나 부스럼 없이 건강하길 바랬다.
정월대보름에 먹는 음식 속에 담겨진 영양과 약리효과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영양과 조영연 과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오곡(五穀)밥= 쌀, 차조, 차수수, 팥, 콩 다섯 가지 곡식을 넣어 지은 밥이다.
쌀밥에 비해 비타민 B1 및 칼슘ㆍ철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며 식물성 단백질이 많이 포함돼있다.
◇부럼= 호두,잣, 밤, 땅콩 등을 포함한 견과류. 호두에는 지질이 돼지고기의 두 배나 함유돼 있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돼지고기의 지질은 포화지방산이 대부분이어서 동맥경화나 심장병 환자에게는 좋지 않지만 호두의 지질은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 오히려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출 수 있다.
또한 지방유가 풍부하게 포함돼 있어 변비환자에게 특히 좋으며 다량 함유된 무기질과 비타민 B1 은 피부미용 및 강장효과가 있다.
잣은 보름날 아침에 잣불을 켜 한해 신수를 칠 수 있을 만큼 기름기가 많아 칼로리가 높고 노화방지 효과도 있다.
밤에는 소화가 잘되는 양질의 당분이 풍부하다. 또한 호두와 마찬가지로 무기질과 비타민 B1 이 다량함유 돼 있는데 특히 비타민 B1 은 쌀의 4배정도 들어있다. 그리고 밤에는 비타민 C가 과일을 제외한 나무열매 중 가장 많이 들어있다.
◇진채식(陳菜食)= 가을에 말려놓은 호박ㆍ가지 그리고 김장이 끝나고 남은 무우청을말려 만든 시래기 등의 묵은 나물을 말한다.
호박에는 소화ㆍ흡수가 잘 되는 당분이 풍부, 위장이 약한 사람이나 회복기의 환자들에게 좋다. 또한 호박에는 몸 안에서 비타민 A로 바뀌는 카로틴 성분이 풍부하다.
이처럼 정월대보름 음식은 소화가 잘되면서도 영양이 풍부하다. 새해 들어 처음 맞는 보름날 겨우내 부족했던 영양을 보충함으로써 한해 건강을 기원했던 선조들의 지혜를 알 수 있다.
박영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