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선별 작업에 첨단 저장고까지 갖춰

국내 농수산물 유통과정 축소하고 가격 낮춰 유통구조 확 바꾼다


13일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에 위치한 이마트 후레쉬센터 1층 입하장. 센터의 한 직원이 입고된 사과 중 하나를 골라 칼로 베고 약품을 처리한 뒤 색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유심히 확인했다. 이날 전라북도 장수에서 올라온 사과의 당도와 전분 함유량 등 품질을 체크하는 과정이다.

입하장 테스트에서 기준치에 부합한 사과들은 3층 선별 및 포장 작업장으로 보내졌다. 이 곳에선 당도와 중량을 체크한 뒤 사과를 32개 등급으로 분류해 포장했다. 정교함이 필요한 최종 포장 작업을 제외한 모든 과정은 자동으로 진행됐다.

하광옥 이마트 MD전략본부장(부사장)은 “후레쉬센터를 통해 산지에서 들여온 사과가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상품화된다”며 “기존 4~5단계 유통구조를 2단계로 축소해 20~30% 가량의 가격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태경 신선식품 담당 상무는 “올해 태풍 등의 영향으로 사과 시세가 지난해 대비 20%가량 올랐지만 후레쉬센터에서 작업한 상품은 작년보다 5% 낮은 수준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혁명을 주도해 온 이마트가 후진적인 국내 농수산물 유통 구조 선진화에 팔을 걷어 부쳤다. 다단계 구조인 현 유통 단계를 2단계로 최소화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농수산물 유통 혁신의 선봉장은 새로 운영에 돌입한 이곳 후레쉬센터다. 농수산물가공·저장·포장을 전문으로 하는 후레쉬센터는 지하1층~지상5층에 총 면적 4만6,535㎡ 규모로 국내 농수산물 유통센터로는 최대 크기라는 게 이마트의 설명이다.

이마트는 센터 설립에 총 1,000억원을 투자했다. 370명의 센터 근무 직원 가운데 센터장을 비롯한 팀장급 직원 모두 농수산물 바이어 출신으로 발탁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후레쉬센터가 다른 농산물 유통센터와 달리 눈에 띄는 것은 10여종의 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췄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설비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CA(Controlled Atmossphere)저장고다. 이 설비는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해 농산물의 노화를 억제함으로써 수확 당시와 유사한 맛을 유지시켜 준다. 이 상무는 “사과는 가을에 출하돼 3월 이후 저장사과의 맛이 급격히 저하되는데 CA저장을 통해 5~6월에도 햇 사과의 맛을 구현한다”면서 “연 중 동일한 맛의 과일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농민들 입장에서도 도매시장에 공급할 때보다 10%가량 수익을 더 얻을 수 있으며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이마트의 설명이다.

전국 이마트 점포에 표준화된 농수산물을 공급하게 되면서 위생·선도 등 제품 품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 것도 장점이다.

최병렬 이마트 대표이사는 “후레쉬센터는 품질관리와 위생관리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선진국형 농수산물 유통시스템으로 농축수산 유통구조의 혁신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마트는 올해 5,000억원 규모의 농수산물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1조원 가량의 물량을 이 센터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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