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규제에 '돌려막기'도 어려워져

■ 카드연체율 급증 현황·전망카드사도 "경영발목 잡는다" 서비스한도 축소나서 최근 신용카드사 경영진의 최고 관심사는 천정부지로 솟구치는 연체율을 끌어내리는 것이다. 카드사별로 지난 2ㆍ4분기부터 채권관리 인력을 대폭 늘리고 회원에게 현금서비스 한도 축소, 신규회원 자격기준 강화, 대환대출 확대, 카드론 억제 등 긴급대책을 서둘러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신용카드사들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 연체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신규회원 모집이 줄어드는 반면 일부 악성 회원들의 '배째라'식 버티기, 경기불안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올해 말까지 연체율의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연체율, 왜 오르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카드사의 연체율은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보다도 낮았다. 그러나 올들어 금융감독원이 카드사들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영업활동이 위축된 카드사들에 경고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연체율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카드 이용한도가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A사 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B사 카드대금을 막고, B사의 현금서비스로 C사 대금을 결제하는 등 이른바 '카드 돌려막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전업계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한도는 3개월 만에 무려 10조원 남짓 줄었다. 결국 카드를 돌려막던 회원들이 연체자로 돌아서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신규회원 모집이 어려워진 것도 연체율 증가의 한 원인이다. 지속적으로 유입돼온 신규회원의 신용카드 이용액이 기존회원의 연체를 상쇄시켜왔지만 정부의 규제로 이것이 여의치 않자 연체율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또 개인워크아웃제도 실시, 신용사면 등을 노린 일부 회원들이 상환을 게을리하는 것도 연체율을 높이고 있다. ▶ 발등의 불 카드사 3ㆍ4분기에만 9개 전업계 카드사가 2조원에 가까운 돈을 대손상각 처리할 정도로 치솟는 연체율은 카드사 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연체율 부담은 주가에도 영향을 미쳐 카드사들의 주가는 올들어 40% 이상 떨어졌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 과다 이용자나 다중채무자에 대해 카드 사용한도를 최대 50%까지 줄였고 이들이 결제대금을 연체할 경우에는 한도를 전액 박탈하고 있다. 또 신규회원에게는 한도가 높은 골드카드를 발급해주지 않거나 타 카드사의 현금서비스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이들을 신규회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카드사도 있다. 카드사들은 연체액이 부풀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돌려막기족이 애용하는 카드론도 점차 줄여가고 있다. 국민카드와 삼성카드의 경우 올 3ㆍ4분기 신규 카드론 취급액이 각각 8,820억원 및 2,299억원씩 줄었다. ▶ 당장 줄기는 어려울 듯 카드 연체율은 최소 내년 1ㆍ4분기까지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매년 2배 가까이 늘어나던 신용카드 이용액 증가세가 최근 주춤한 가운데 신용카드 이용한도는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각 카드사들은 내년 말까지 현재 40대60 수준인 물품구매 및 대출서비스 비중을 50대50으로 맞춰야 한다. 그러나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물품구매액을 무작정 늘릴 수는 없어 결국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을 줄이지 않는 한 카드사들이 이 기준을 충족시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호정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