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서경벤처히트상품] (기고) 반윤국 KTB네트워크 상무보

경기지표는 상승곡선을 나타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사람들 마음속의 경기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IMF 이후 전 국민이 일치단결해 극복해 낼 때는 이 고비를 넘어야 된다는 공동의 목표의식이 있었기에 현실을 개탄하기 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며 생활을 했는데 지금의 현실은 그러지 못하기에 IMF 때보다 더 힘들다는 소리를 내뱉는 듯 싶다. 사람들 인식의 전환과 더불어 당시에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던 것이 벤처였다. 대기업, 연구소, 관가 등에서 일하고 있던 인력들이 벤처업계로 몰려들었으며 벤처 기업문화는 속속 각 기업들로 전파되었다. 한 때 벤처기업 직원이 1등 신랑감으로 거론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2003년 겨울에 벤처기업의 각 대학 채용설명회는 휑한 바람만 불 뿐이다. 코스닥 지수는 연초보다 오히려 더 떨어졌을 뿐 아니라 신문지상에서 벤처라는 단어를 찾기가 예전만큼 쉽지 않다. 이래서는 신산업의 성장동력이라 칭송받던 벤처들이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다면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대해 믿어 준다면 IMF를 이겨냈듯이 지금의 현실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음은 자명하다. 벤처에 뛰어들 때는 누구나 분명한 목표의식과 꿈을 가지고 있다. 산업사회에서 지식사회로 이행하면서 기존의 질서가 개편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런 면에서 벤처의 성장은 의심할 여지가 없기에 지금의 벤처인들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벤처를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선택을 격려해주지 못해도 주위에서 흔들어서는 더더욱 안될 일이다. 벤처에 대한 여러 전문가들은 부디 `초심`을 잃지 말아주기를 부탁한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그러한 마음을 계속해서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현실을 운운하며 핵심적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사업모델을 이리저리 변경해서는 실패의 쓴 잔을 계속해서 마실 수 밖에 없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물어보고 차별적 우위를 획득해 그것으로 남들과 승부하는 것이 벤처기업에 부탁하는 초심이다. 벤처기업이라는 단어의 정의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벤처기업은 대기업이 하지 않는 영역이나 미처 생각지 못한 영역, 즉 틈새시장(Niche Market)을 공략해 성공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결국 벤처기업에게 차별성이라는 것이 결국 생명력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관건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기업의 차별성은 한가지로 정의되어지지는 않는다. 마케팅, 유통망, 브랜드가치, 인력, AS 등 기업의 일반적 경영활동 및 인프라 모든 영역에서 차별성을 가질 수 있다. 벤처기업의 차별성은 기술력과 기업문화, 그리고 아이디어에 있다. 이러한 것의 바탕에는 바로 도전과 열정이 깔려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하고 그 기회를 활용해 성장가능성 높은 벤처기업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나아가 단지 사업이 생존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며 도전과 창조정신으로 기업을 경영해 나가는 것이 현실에 순응하는 기업의 자세다. 벤처기업에게 항상 초심을 잃지 말라고 주문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정신을 계속해서 유지하라는 뜻이다. 항상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혁신하는 자세, 그것이 바로 초심이다. 지금 벤처기업들이 곳곳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떤 기업이던지 겪을 수 밖에 없는 통과의례 이기도 하다. 당(唐) 태종(太宗)은 창업보다 수성(守成)이 어렵다고 얘기했다. 수성이라고 하는 것은 끊임없는 환경에 대응하는 혁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벤처는 창업과 수성을 동시에 진행해야 해야 되기에 더욱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여전히 많은 창업자들이 사업계획서를 가지고 투자업체의 문을 두드린다. 모두들 자신의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한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흐르지 않고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는 긍정적인 면으로 확대발전 되어야 한다. 벤처는 여전히 이 시대의 아이콘(Icon)이며 대한민국에서 미래를 만들어 가는 큰 흐름이다.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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