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수세 언제 살아나나/전문가 긴급 진단

◎‘위기극복’ 내년 하반기 투자포문 열듯/고금리 추세속 기업 수익성 악화 증시엔 더 큰 문제/장기투자자 보수적 경제지표 호전 등 확인후 움직일듯/낮은 신용등급에 일,조기개입 꺼려/환율안정땐 채권쪽에 먼저 유입/M&A·저가대형주에 선취매 일듯/곽영교 대우증권 국제영업팀장­이르면 내년 1분기 공격적 자금 들어올듯/박병문 LG증권 국제조사팀장­상장사 부도사태 진정 내년 2분기께 가능/김익내 쌍용증권 동경지점과장­일 펀드매니저 외국기관 보증요구/손영복 삼성증권 홍콩사무소장­“신용등급 상향 가능” 홍콩 긍정적 전망/송동근 HG아시아증권 이사­주가 양극화 심화 외국인 장세패턴 주도국제통화기금(IMF)과 G7(서방선진7개국)이 1백억달러의 자금을 한국에 조기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위축됐던 외국인투자가들의 투자분위기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주식시장의 미래를 낙관하지 못하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아 외국인투자가들이 앞으로 과연 어떤 투자패턴을 보이게될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국인투자가들은 12월들어 투자한도가 50%로 추가확대되는 등 국내주식시장이 사실상 완전히 개방됐지만 최근 국내 외환시장과 자금시장이 극히 혼란한 양상을 보이면서 매수보다는 매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한국의 국가부도우려까지 확산되면서 외국의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을 대폭 낮춰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국내증권사 국제영업부와 해외지점 그리고 외국계증권사 등 외국인투자가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증권전문가들을 통해 외국인투자가들의 반응과 앞으로의 움직임등을 조망해보았다. ▲곽영교 대우증권 국제영업팀장=최근 주가폭락의 주요인은 외환부족과 이에 따른 국가 신인도 추락, 국가 부도사태 우려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심각한 한국경제의 실상을 국내보다 먼저 파악했던 외국인투자가들은 이미 대부분의 주식투자자금을 회수했고 채권시장 전면 개방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자금유입은 전무한 실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으로 눈앞에 닥친 외환위기를 연말과 내년초에 무난히 잘 넘기더라도 외국인의 주식매수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환율이 안정되고 나면 주식보다는 채권시장으로 먼저 외국인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급격한 하락, 높은 금리수준, 구조조정과정에서의 기업들의 추가부도, 그리고 고실업에 따른 정치 사회적 불안의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지극히 보수적인 투자패턴을 보일 전망이다. 현재는 모든 관심이 외환문제에 쏠려 있지만 주식시장 측면에서 더 큰 문제는 고금리추세로 인한 기업의 수익성 악화이다. 30%대의 고금리하에서 기업의 채산성을 맞추고 이익을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부분 장기투자를 하는 외국인투자가들의 자금유입이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국내 경제의 구조조정이 가시화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경제정책 투명성, 기업회계 기준의 정확성 등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같은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되고 IMF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환율이 안정될 경우 이르면 내년 1·4분기중에 일부 공격적으로 자금운용을 하는 투자가들을 선두로 외국인 자금유입이 기대된다. 특히 기업인수합병(M&A)관련주와 유동성이 풍부한 저가 대형주에 대한 선취매성 자금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병문 LG증권국제조사팀장=한국의 해외신인도 하락을 촉발시킨 기아사태 이후 외국인들은 한국주식시장에서 지속적인 매도우위를 보이며 한국시장을 이탈해 왔다. 한도확대 후 외국인 매수는 SK텔레콤, 포철에 국한됐다. 아직 부실금융기관 정리문제와 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추가적인 기업부도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을 비롯한 산업전체의 구조조정이 일단락되고 가장 중요한 환율이 안정되기 이전에는 외국인들의 본격적인 매수세를 기대하기는 무리다. 결국 국내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본격적인 유입은 환율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2분기나 하반기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함께 채권시장이 외국인들에게 전면 개방된데 이어 내년 1월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등 단기금융상품이 개방될 때 외국인이 국내 채권 및 단기금융상품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총여유분은 총 83조원으로 예상되나 환율불안 등의 이유로 당분간 외국인투자는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상황에선 환율안정 예상시기인 2분기부터 단기투자 성격이 강한 헤지펀드가 우선 국내 증시에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 등 장기투자자들은 보수적인 특성상 한국의 신용등급 개선과 함께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되는 것을 확인한 이후에 본격적인 투자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익래 쌍용증권 동경지점 과장=일본은 현재 한국시장에 관심은 많지만 쉽게 들어가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일본 투자자들은 원화 환율 폭락, 높은 금리, 낮은 주가등으로 한국시장을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외환위기가 최고조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1∼2월을 무사히 넘어가면 일본 금융기관들의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4월부터는 한국투자가 본격화될 수 있다. 일본 투자자들이 한국시장에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세계적인 유가증권 투자판단의 기준이 되는 모건 스탠리 지수나 살로먼 브라더스지수에 한국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주식은 모건 스탠리지수, 채권은 살로먼 브라더스지수에 포함돼 있지 않으면 투자가 어렵다. 둘째, 한국의 신용등급이 정크본드수준인 Ba1으로 떨어져 펀드매니저들이 투자하고 싶어도 투자할 수가 없다. 셋째, 보증을 붙여 달라는 것이다. 일본 투자자들은 한국정부나 금융기관들의 보증으로는 투자가 어려운 만큼 외국 금융기관들의 보증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문제들이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한투자전망이 어두운 것 만은 아니다. 일본 투자자들은 그동안 이머징마켓 투자에서 거의 실패했다. 항상 최고점에 들어가 손해만보고 빠져나왔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환율도 떨어질 만큼 떨어졌고 주가가 폭락했다. 한국이 조금만 안정될 경우 한국주식과 채권에 투자한다면 큰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대부분의 일본 투자자들이 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정부의 급속한 구조조정과 내핍정책에 일반 국민들이 순응하는 태도를 보며 일본투자자들은 한국이 생각보다 쉽게 외환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양국관계에 있어서 김대중신정부에 기대하는 바도 크다. 일본통인 김종필, 박태준씨가 신정부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1∼2월의 외환위기만 잘 극복하면 봇물처럼 대한투자가 몰려들 가능성이 있다. ▲손영복 삼성증권 홍콩 사무소장=한국정부가 IMF의 조기지원금 1백억달러를 올해안에 받아내기로 함에 따라 국가부도위기는 일단 벗어났다는게 홍콩 현지의 평가다. 홍콩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정부의 금융기관 정리가 조속히 이뤄질 경우 국가신용등급의 상향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방이 완료된 한국증권시장의 투자메리트가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적에 비해 저평가 됐을 뿐만 아니라 기업인수합병(M&A)방어벽이 낮아 우량기업을 싼값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의 투자가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원달러 환율이 안정돼야 한다. 현재 1천8백∼2천원을 오르내리는 원달러환율이 2∼3주동안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안정세를 보이기만 해도 지주회사 및 은행에 관심이 높은 외국계 펀드들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다. 5∼6월 이후에는 올해 금리 및 환율급등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안정된 기업들에 매수세가 집중될 것이다. 외국인 분석가들은 고비용을 이겨낼 국내 기업이 몇몇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다수 외국인 투자가들은 구조조정을 거쳐 살아남은 종목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사들일 것이다. ▲송동근 HG아시아증권이사=한국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24일 1백억달러의 조기지원에 합의함에 따라 한국은 일단 최악의 외환위기에서 벗어났다. IMF를 주도하는 미국, 일본이 한국을 지원하기로 입장을 바꾼 만큼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에 대한 신용도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외국계 투자가들은 한국시장을 신뢰하지 않았다. 외국인투자가들은 한국의 증권시장이 사실상 전면 개방됐지만 외환위기에 따른 투자리스크를 우려해 투자비중을 늘리지 않고 있다. 이로인해 외국 금융기관들은 한국의 외채를 연장해주거나 신규로 자금을 공여하기를 꺼려온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인해 외국인투자가들의 한국시장에 대한 태도가 서서히 변해갈 가능성이 높다. 일부 외국인투자가들은 채권매입 방법을 문의해 오고 있으며 낙폭이 큰 종목중 재무구조가 우량한 종목들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정부가 IMF에 제시한 개방과 구조조정일정을 얼마나 잘 이행해나갈 수 있느냐이다. 이같은 일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외국인투자가들의 불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국가 신뢰도가 회복돼 외환위기를 극복하더라도 당분간 고금리 체제가 유지돼 주식투자 메리트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펴 경제 재건에 나설 것이다. 이에따라 98년 증시는 「살아 남는 기업」과 「위험한 기업」간에 극심한 주가 양극화현상이 나타낭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주가 차별화는 외국인투자가들에 의해 주도되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장세 패턴이 형성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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