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우리나라가 실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크게 기대했던 미국 취업비자 별도 배정(쿼터)이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FTA 협상에서 칠레ㆍ싱가포르 등에도 할당했던 전문직 취업비자 쿼터를 자국 사정을 이유로 한국에 적용하지 않기로 해 차별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한미 FTA 협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0일 고위급협상이 열리고 있는 워싱턴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가 서비스 분과에서 전문직 취업비자 할당에 대한 우리 측 요구에 ‘권한이 없다’고 해 협상 의제에서 빼기로 했다”며 “자유무역협정에 서명한 후 우리 정부가 별도 협의체를 통해 미 의회와 협상해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FTA 협상을 통한 미 취업비자 쿼터 배정이 무산됐음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일할 능력이나 자격을 갖춘 사람도 취업비자를 먼저 받아야 합법적으로 현지에서 일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FTA 협상 출범 초부터 미국이 FTA 상대국에 별도 전문직 비자 쿼터를 부여했던 사례를 제시하며 한미 FTA의 주요 기대이익으로 취업비자 쿼터를 홍보해왔다. 실제 연간 전세계의 4만5,000명에게만 취업비자를 주는 미국은 FTA 체결국인 캐나다에는 무제한, 멕시코 5,500명, 싱가포르 5,400명, 칠레 1,400명씩 연간 별도 취업비자를 배정하고 있으며 이는 각국과의 FTA 협상에서 합의된 사항이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의회가 최근 전문직 비자 쿼터 배정 같은 출입국 관련 사항은 통상 협상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라고 우리 측에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협상단의 한 관계자도 “호주가 미 의회와 별도 협의를 통해 취업비자 쿼터를 얻은 사례가 있다”며 “향후 미 의회와 협의해 비자 쿼터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의회가 이민ㆍ취업비자 등 출입국 사항에 워낙 깐깐하게 대응하고 호주가 쿼터를 배정받았던 지난 2004년과 달리 자유로운 서비스 이동에 보수적인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어 우리나라가 별도 협상을 통해 취업비자 쿼터를 받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미 의회가 자국 일자리 보호를 위해 전문직 취업비자 쿼터를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FTA 테이블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취업비자 쿼터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봐야 하므로 결국 정부의 선전은 ‘책임을 지지 않는 약속’이 됐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