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예산 수조원…개발시장 새 '포식자'로 등장

■ 지자체 산하 개발공사 문어발 사업확장
택지·아파트 건설등 "웬만한 대형 건설업체 못잖아"
지역경제 활성화 취지 좋지만 민간업체 설땅 없어져
기초단체도 가세… "부동산침체 장기화땐 재정 치명타"



서울시 산하 SH공사와 경기도의 경기도시공사의 연간 예산규모는 수조원대에 이른다. 웬만한 대형 건설업체 못지않다.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라는 두 공룡 외에도 이들 대규모 지방 개발공사들은 급속한 사업확대를 통해 부동산 개발시장의 새로운 ‘포식자’로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취지는 좋지만 지나치게 사업을 확대하다 보니 민간업체들이 설 땅이 없다는 것이다. 김영수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은 “지방 공사들이 경쟁적으로 민간영역으로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 개발공사는 영토확장 중=경기도시공사는 화성 동탄2신도시 사업에 참여하면서 택지 조성은 물론 아파트 건설까지 직접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천도시개발공사 역시 송도ㆍ논현지구 등에서 중대형 아파트 사업을 직접 시행하는 등 서민주거 안정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개발공사들의 사업영역 확장은 최근 대규모 개발사업이나 뉴타운 등 재개발 사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시공사의 경우 남양주 덕소, 고양 능곡, 시흥 은행 등 3개 뉴타운의 총괄사업 관리를 맡고 있다.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재개발은 공공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대형 관광레저시설 역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상당수 지방 개발사업이 수요를 무시한 전시행정의 성격이 강하다”며 “자칫 사업이 실패할 경우 그 부담은 결국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기초자치단체도 개발 열풍=심각한 것은 광역지자체뿐 아니라 최근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초자치단체까지 잇따라 개발공사를 설립해 땅장사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에서만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김포ㆍ남양주ㆍ평택ㆍ양평ㆍ화성ㆍ안산ㆍ시흥 등 7개 기초자치단체가 개발공사를 설립했거나 설립을 추진 중이다. 기존의 광주ㆍ하남ㆍ용인을 포함하면 무려 10곳에 달한다. 이들 자치단체들은 개발공사 설립 이유에 대해 “주공이나 토공과 달리 개발이익을 지역에 재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가뜩이나 주공ㆍ토공 등 정부 산하 공기업과 광역지자체의 업역이 중복되는 상황에서 기초자치단체까지 가세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행정안전부 측도 “광역시도에 개발공사가 있는데 굳이 기초자치단체까지 개발공사를 설립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광역ㆍ기초자치단체 간 중복투자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침체 오래가면 지방 재정 치명타=지방 공사들의 사업규모가 늘면서 채무 부담도 만만치 않다. 경기도시공사의 올해 예산 내역을 보면 은행 차입금이 1조원, 공사채 발행액은 1조1,590억원이다. 이 때문에 경기도시공사가 올 한해 부담하는 이자 비용만도 3,000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자칫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지자체 재정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공사채 발행 등을 통해 사업부지의 토지 수용에 나섰지만 만약 택지나 아파트ㆍ산업단지 미분양이 생기면 손쓸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산시가 주택공사와 공동으로 조성한 정관지구의 경우 이미 지난 6월 말 택지조성공사가 마무리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공동ㆍ단독주택지 상당수가 팔리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실정이다. 부산도시개발공사의 한 관계자는 “부산 지역 주택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당분간 미분양 택지가 팔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도개발공사가 108만평 규모의 신도시와 65만여평의 문화관광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춘천 G5프로젝트’ 역시 일부에서는 지역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계획이라는 지적이 높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공ㆍ토공의 통폐합ㆍ구조조정 논의도 결국 공공 부문의 지나친 민간영역 침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자체의 무분별한 사업확대에 대해서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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