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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승운(飛龍乘雲).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012년 흑룡의 해를 맞아 올해 그룹의 경영화두로 던진 사자성어다. '용이 때마침 나타난 구름을 타고 오른다'는 뜻으로 올해 현대그룹이 내외부의 어려운 경영 상황을 딛고 도약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현대그룹은 이를 위해 올해 기존 사업 경쟁력을 다지는 한편 새로운 미래성장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그룹은 2012년 그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5대 과제를 제시했다.
미래 성장기반 확보가 첫 번째다. 현 회장은 이와 관련 "중국과 브라질, 인도, 러시아, 중동 등 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시장별 특성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시장을 선점하고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혜와 역량을 모을 것"을 주문했다. 이는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사업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핵심사업 외에 구조를 다변화한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현대그룹은 또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내실경영을 추진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고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체질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올해 계열사별로 신상품ㆍ서비스 개발, 브랜드 파워 구축, 인재확보 등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사업의 부가가치를 최대한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비상경영체제 구축도 주요 과제다. 현대그룹은 상시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가동한다. 경영요인들의 변동성을 예측하고 시장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동시에 인력운영, 구매, 서비스 등의 비효율성을 없애고 비용절감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대그룹은 무엇보다 최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대북 사업 재개에 대비해 적극적인 사전준비에 나설 방침이다. 현 회장은 신년사에서 "대북사업 재개에 대비해 대북관계 등 주변 정세 변화를 상시 점검하고 상황별 대처 방안을 철저히 수립해야 한다"며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곧 재개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다가올 미래의 기회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현 회장과 장경작 현대아산을 비롯한 현대측 조문단은 조문 일정 중 대북사업재개와 관련 북한 측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아울러 이 같은 과제와 목표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난 2008년 마련한자체 조직문화 가치인 '4T' 를 적극 실천하기로 했다. 4T는 Trust(신뢰)와 Talent(인재), Tenacity(불굴의 의지), Togetherness(혼연일체)다.
그룹 차원의 목표와 과제에 맞춰 계열사들의 2012년 경영계획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현대상선의 경우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개최한 '2012년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올해 수송량 목표를 32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정했다. 이는 지난해 수송량인 297만TEU 대비 약 8% 증가한 수치이다. 또 올해 2월부터 국내 최대 규모인 1만 3,1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아시아-유럽 항로에 새로 투입하고 흑해(Black Sea) 등 신규항로 개설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현대증권도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프라이빗뱅킹 서비스 등으로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현대 엘리베이터도 지난해 11월 말 베네수엘라에 초고속 엘리베이터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 수주에서 성과를 낸 데 이어 올해도 중국시장 개척에 역점을 두고 세계 시장 개척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