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 퍼팅 그립법 따로 있다?

왼쪽 손목 사용 억제 위해 싱·최경주등 독특한 형태로 바꿔 효과 봐

캘커베키아 '집게발 그립'

디마르코 '사이코 그립'

클라크 '연필 그립'

퓨릭 '역그립'

비제이 싱 '벨리 집게발 역그립'

최경주, 비제이 싱, 크리스 디마르코, 마크 캘커베키아, 잭 존슨, 팀 클라크….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독특한 퍼팅 그립법으로 유명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은 한때 퍼트 때문에 고생을 했다는 사실. 해법을 찾기 위해 나름대로의 퍼팅 그립으로 바꾼 뒤 퍼팅이 나아지고 개성도 갖게 됐다. 최근 눈길을 끈 선수는 비제이 싱(피지)이다. 퍼팅 그립은 물론 퍼터도 자주 바꾸는 것으로 이름난 그의 이번 시즌 퍼팅 그립은 따로 명칭을 붙일 수 없을 만큼 '변형 종합세트'에 가깝다. 타이거 우즈(미국) 등이 이용하는 전통적인 그립과는 여러모로 상반된다. 40인치가 훌쩍 넘는 퍼터의 손잡이 끝부분을 복부에 대는 벨리 퍼팅을 한다. 왼손을 오른손의 아래쪽으로 잡는다는 점에서 크로스 핸디드 그립(역그립)의 형태다. 여기에 오른손은 손등이 하늘을 향하도록 해서 집게발 모양으로 쥔다. 말하자면 '벨리 집게발 역그립'인 셈이다. 손잡이 끝부분을 몸에 대 퍼터 헤드의 시계추 운동을 쉽게 하고 왼쪽 손목의 사용을 억제하는 동시에 오른손의 긴장을 줄이는 등 일직선 스트로크를 하기 위한 장치가 총동원된 그립법이다. 그립 덕분인지 지난 2009년과 2010년 상금랭킹 60위권에 머물렀던 싱은 이번 시즌 5개 대회에서 피닉스오픈 공동 3위, 노던트러스트오픈 준우승 등 벌써 2차례 톱10에 들었다. 2010년 159위(29.84개)였던 평균퍼트 순위는 초반이기는 하나 공동 30위(28.44개)에 올라 있다. 라운드당 평균 1.5개 차이로 4라운드 경기에서 무려 6타를 낮췄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른 독특한 그립법들도 왼쪽 손목 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들이다. 최경주(41ㆍSK텔레콤)는 '홍두깨'라는 별명의 두꺼운 슈퍼 스트롱 그립을 퍼터에 끼워 사용한다. 굵직한 그립을 양 손바닥이 마주보도록 잡아 어깨의 상하 움직임으로만 스트로크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크리스 디마르코(미국)는 왼손은 전통적인 형태로 잡되 오른손 엄지가 지면이 아닌 위를 향하게 쥔다고 해서 '사이코 그립'이라 불린다. 마크 캘커베키아(미국)도 비슷하지만 오른손 모양 때문에 '집게발(그림붓) 그립'으로 통한다. 임팩트 구간에서 왼손목이 돌아가는 것을 오른손이 잡아줘 볼이 왼쪽으로 흐르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짐 퓨릭(미국)은 전형적인 역그립, 가슴 퍼터를 쓰는 팀 클라크(남아공)는 왼손은 명치에 대고 오른쪽 엄지ㆍ검지ㆍ중지로 걸어쥐는 '연필 그립', 잭 존슨(미국)은 양손이 몸 중심에서 뒤로 밀려난 형태다. 쇼트게임의 대가로 통하는 미국 골프매거진의 교습가 데이브 펠즈는 특히 쇼트 퍼트 성공률이 아주 낮을 경우 퍼팅 그립 변화를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어색함을 없애고 거리감을 익힐 때까지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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