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 전자업체인 샤프가 파산 위기에 몰리자 결국 정부에 공적자금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기업 자문회사인 산요소세이의 사토 후미아키 대표는 "샤프가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2,000억엔(2조7,14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공기관인 기업회생지원기구(ETIC)나 민관 합작투자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에 자금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카네 야스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도 "샤프는 현재 전자제품 사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회사채나 주식을 통한 자금마련도 사실상 어렵다"며 공적자금 투입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샤프에 공적자금이 투입될 경우 2년 전 정부에서 구제금융을 받은 일본항공(JAL)의 선례를 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10년 JAL은 ETIC로부터 3,500억엔의 자금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주식을 감자하고 상장 폐지됐다.
이처럼 샤프가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것은 내수침체와 삼성전자 등 경쟁업체와의 대결에서 밀려 갈수록 경영난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샤프는 지난 1일 일본 회계연도 기준 2012년 상반기(4~9월)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6%나 줄어든 1조1,041억엔에 그쳤으며 적자는 3,875억엔으로 전년(398억엔)에 비해 10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 기간에 유출된 자본금만도 1,030억엔에 달한다. 또 내년 3월에 끝나는 2012년 회계연도 최종적자는 당초 2,500억엔에서 4,500억엔으로 늘어나 사상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9월 말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9.9%로 1년 전에 비해 3분의1로 줄었다.
샤프는 3월 대만의 혼하이정밀에 지분 9.9%을 팔아 자금확보에 나섰으나 이마저도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샤프의 주가는 올 들어서만도 77%나 떨어지는 등 4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어 주식처분을 통한 자금확보 또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