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영정이 23일 서울 동교동 사저 옆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 도착, 집무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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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남과 북, 진보와 보수, 영남과 호남 등으로 갈갈이 찢어진 우리 민족과 사회가 화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이 한 평생을 사회통합을 위해 희생한 만큼 이제 우리 사회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갈등을 해소하고 민주주의의 기틀 아래 경제 발전으로 재도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국의 조문객 화해와 통합 빌어=지난 20일 설치된 후 영결식이 열린 이날까지 국회 내에 설치된 공식분향소에는 6만5,7000여명의 조문객이 찾았다. 서울광장 분향소에도 이날 정오에만 7,960명의 시민이 분향해 총조문객이 7만7,389명으로 집계되는 등 전국 182개소에 설치된 분향소를 방문한 조문객 수는 이날 오전 60만명을 돌파했다.
조문객들은 김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 사회통합의 기회로 삼자고 주장했다. 시청 앞 분향소를 찾은 한 직장인은 “이번 국장을 계기로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도 고인의 업적을 다시 생각하고 서로 화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념 갈등 넘어 남북 통합으로=좌와 우로 갈라졌던 이념 갈등도 통합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 ‘386세대’가 국정을 주도하자 좌우 이념 논란이 거세졌다. 전세계가 실용을 가치로 21세기를 맞이했지만 우리나라만 이념 갈등에 발목을 잡혀 반목과 대립을 거듭해왔다.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도 거셌고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그러나 북측에서 이번에 조문단을 파견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을 가지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김충조 민주당 의원은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를 정부가 일관되게 지원하고 남북정상선언을 실행해나가면 남북관계는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주의 극복, 영호남 화합하나=김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한국 정치의 영원한 숙제인 지역주의가 극복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생전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극적 화해’를 밝히면서 수십년간 고착화된 영호남 지역구도가 이들 지역을 대표해온 두 정치 거목의 화해로 서서히 허물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당장은 지역주의의 벽과 이념 갈등이 해소되긴 힘들지만 해묵은 지역감정이 허물어지길 바라는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옛 전남도청 별관 철거문제로 1년 넘게 대립해온 5ㆍ18 단체 회원들은 21일 국회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 주민들도 같은 날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와 목포역, 5ㆍ18의 상징적 장소인 광주 옛 전남도청 분향소를 잇따라 찾았다. 봉하마을과 하의도 주민들은 “두 마을 간 교류로 영호남 화합의 디딤돌을 놓자”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