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기 상황이 장기전으로 흐르고 있는 것에 반해 시중은행들의 달러 확보 상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고 판단, 추가로 달러를 빌리도록 지시했다. 시중은행들은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주 중 최대 10억달러가량의 달러를 커미티드 라인 형식으로 빌리는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도 16일 금융지주회사 회장들과의 회동 자리에서 이 같은 상황을 전달하고 증시 안정을 위한 지주회사들의 자금 투입 등과 함께 달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당부할 방침이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국내 은행 자금담당 부행장들을 소집해 커미티드 라인을 추가로 확보하도록 주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커미티드 라인은 국내 은행이 일정액의 이자를 외국은행에 주는 대신 유사시 외화를 우선적으로 빌릴 수 있는 권리다. 은행들이 많이 설정한 '크레디트 라인'은 구속성이 없다는 이유로 당국도 커미티드 라인을 독려하고 있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에 가급적이면 기존의 크레디트 라인을 버리고 커미티드 라인으로 대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면서 "커미티드 라인을 확보해야 자금 썰물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의 의지가 확인되면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신한은행을 제외하고 커미티드 라인 한도를 확보하지 않았던 하나은행ㆍ국민은행ㆍ우리은행 등이 계약을 체결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하나은행은 중국 자본으로부터 3억달러 규모의 커미티드 라인 계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진행 중이고 국민은행(1억달러)과 우리은행(5억달러)도 계약체결을 앞두고 있다. 이에 앞서 신한은행의 경우 이미 9개 기관과 총 10억달러의 커미티드 라인 한도를 확보했다. 당국이 이처럼 은행들에 달러 추가 확보를 지시하고 나선 것은 일부 부분에서 위험 신호가 나타나고 있는 탓이다. 물론 전반적인 외화차입 여건은 괜찮다. 국내 은행권의 1년 미만 단기차입 차환율(만기연장비율)은 금융시장 혼란이 한창이었던 10일 기준으로 180% 안팎 수준을 나타냈다. 단기차입 차환율이 100% 이상이면 만기가 돌아온 자금 이상을 새로 차입했다는 의미여서 안정적으로 평가한다. 3개월 외화유동성비율 역시 100% 이상으로 당국의 지도기준인 85%를 넘었다. 3개월 외화유동성비율은 은행의 건전성 지표 중 하나로 잔존 3개월 이내의 외화자산을 3개월 이내 외화부채로 나눈 값이다. 하지만 단기 자금 시장에서는 부분적으로 차입에 애로는 겪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당국이 커미티드 라인 확보에 대한 압박을 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