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포커스] 속도내는 금융한류

호주 등 벤치마킹… 플랜트 중심 실물 연계 해외진출 도모
SOC 투자금융 특화 맥쿼리 성공 롤모델로 현지화 전략 강화 등 중장기 청사진 수립


정부가 '금융한류' 비전을 들고 나온 것은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고 과거와 같은 중구난방이 아니라 중장기 그림에 맞춘 체계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내 금융시장은 저성장ㆍ저금리 시대를 맞아 갈수록 전체 파이가 줄어들고 있고 경기 침체, 기업 부실까지 겹치며 주요 금융지주의 지난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반 토막 나는 등 수익성이 급전직하에 있다. 이는 경제인구 감소 등 경제 체질 변화에 따른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살길을 찾지 않을 수 없다. 금융한류 비전에는 현지인 비중 미미 등 걸음마 수준을 보이는 현지화 수준을 제고하고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해외 진출 유도 청사진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금융산업은 영업ㆍ자산ㆍ인력 등에서의 종합적인 해외 비중을 나타내는 TNI(Transnational Index) 지수가 4%로 금융산업이 발달한 네덜란드의 50%대는 물론 일본의 10%대에도 못 미칠 정도로 국내 시장 의존적 구조를 갖고 있다.

◇호주 등 비기축통화국 발전 전략 주목=한 국가의 금융산업 발전과 성장은 자국 통화의 국제화 수준 등에 따라 근본적으로 제약을 받는다. 글로벌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한 미국의 달러화 발권력을 배경으로 미국 금융회사들이 세계 금융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원화가 비기축통화라는 현실적 제약을 인정하고 이에 맞는 한국 특유의 금융 국제화, 이른바 금융한류 전략을 짜야 한다는 복안이다.

과거 정권이 추진했던 한국의 골드만삭스 정책,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 등이 실패로 끝난 이유가 이 같은 구조적 현실을 외면했기 때문이라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당국은 이 같은 맥락에서 호주ㆍ싱가포르 등 비기축통화 국가로서 자본시장 개혁 등을 통해 금융 강소국으로 발돋움한 국가를 주목하고 있다. 호주는 2000년대 연금 시장 활성화 등 자본시장 개혁을 통해 금융 자산 축적에 나섰고 이를 바탕으로 선진화한 자산 운용 기법을 통해 해외 자산 운용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호주의 맥쿼리 은행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사회간접자본 투자금융 등에 특화하며 프로젝트 파이낸스 시장의 강자로 부상한 것도 이 같은 호주의 금융 강국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우리 금융회사의 발전 롤모델로 맥쿼리를 제시한 바 있다.

◇실물 연계 등 특화 해외 전략 추진=금융한류 비전에는 한국이 강한 실물산업과의 병행 발전 등 한국 특유의 강점을 살리는 청사진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과거처럼 해외시장이 크다는 이유로 무조건 뛰어들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며 "플랜트금융, 수출입 규모가 큰 국가와의 무역금융 등 금융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테마 위주로 해외 진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쓰비시도쿄 등 일본 금융회사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계 금융사들이 대거 동남아에서 철수하는 기회를 이용해 동남아 시장의 무역금융 진출에 활발히 나선 것이 좋은 예다. 국내 실물경제의 해외 금융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국내 금융산업의 후진성을 극복하는 방안도 금융한류 비전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정부 시절 100억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를 따냈지만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 네트워크와 진출 경험이 없어 이에 수반되는 구매자 금융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은 우리 금융산업에 뼈아픈 사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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