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반, 걱정 반에 출범했던 원·위안 직거래시장이 순항하고 있다. 일평균 거래액이 약 9억달러로 원·달러의 10%를 웃돌았다. 특히 지난 1996년 개설됐다가 엔화 유동성 부족으로 4개월 만에 문을 닫은 원·엔 직거래시장 때보다 거래 규모가 270배나 많았다.
서울 원·위안 외환시장의 1일부터 26일까지 일평균 거래액은 8억7,511만달러(54억1,800만위안)를 기록했다. 첫날 8억7,600만달러어치가 체결됐고 8일 5억달러대로 떨어졌으나 12일에는 15억900만달러가 거래되는 등 호조를 보였다. 원·위안 일평균 거래액은 원·달러의 12%에 해당하는 것으로 26일에는 24%에 달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원·달러 거래액은 줄어든 반면 원·위안 거래액은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현민 서울외국환중개 과장은 "이달 중반에는 환율 방향성도 애매하고 딜러들도 업무에 미숙해 거래량이 줄었으나 당국 차원에서의 격려도 이어지고 딜러들도 거래에 대해 감을 잡으면서 활발한 장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원·위안 거래량은 원·엔 직거래시장 때보다도 월등히 많았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96년 10월 원·엔 직거래시장이 생긴 후 그해 4·4분기에는 하루 평균 320만달러(4억엔)가 거래됐다. 당시 원·달러의 0.2%에 불과한 것이다. 현재 원·위안 일평균 거래 규모는 액수 기준으로 원·엔 때보다 273배, 원·달러대로는 60배나 많다는 계산이 나온다.
원·위안 거래액은 2012년 6월 일본 도쿄에 개설된 위안·엔 직거래시장 일평균 거래액(2억달러)은 물론 러시아 모스크바의 3·4분기 전체 위안·루블 거래액(7억달러)보다도 많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시장 개설 초기임에도 거래 규모가 상당하다. 출발은 순조로운 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안착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많다. 그동안의 거래 대부분이 정부가 지정한 시장조성자 은행들에 의한 거래로 경제 주체 전반이 참여하기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양의진 외환은행 트레이딩부 과장은 "아직까지는 시장조성자들의 거래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 연구위원은 "결국 대중 수출업체들이 위안화 결제비중을 높여 국내에 유동성을 공급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수출결제통화 중 위안화의 비중은 0.4%에 불과했다. 그는 "일본·유럽으로의 수출에서 엔화·유로 결제비중이 50% 내외이므로 대중국 수출결제통화도 위안화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