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필] 30년 전후의 김포공항

崔禹錫(삼성경제연구소 소장)해외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김포공항의 변모는 놀라울 정도다. 출입국에 따른 수속절차의 간편함이나 신속함이 일부 구미선진국을 제외하고는 가장 앞서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부터 30여년 전 처음 해외여행을 갔을 때가 생각난다. 그땐 여권을 신청하려면 여행목적이 뚜렷해야 하고 과거행적에 한점 의혹이 없어야 했다. 신원조회가 무척 까다로웠다. 사진도 10여장 내고 서류도 무척 많이 썼다. 심지어 해방 후부터 어디서 살았는가를 전부 써야 했다. 본적지 조회라는게 있는데 본적지에 경찰관이 찾아가 혹시 수상한 점이 없는지 조사를 한다. 그래서 시골에서는 무슨 일이 있느냐고 연락이 오곤 했다. 거주지에도 경찰관이 찾아와 일일이 대면질문을 했다. 경찰 신원조회가 보통 2주에서 한달 정도 걸리는데 좀 미심쩍은 점이 있으면 중앙정보부로 넘어간다. 기록상 사상이 불순한 흔적이 있다든지 하면 영락없이 보류다. 또 부부가 같이 어디 나가는 것은 철저히 금지되었다. 신원조회에 통과되면 외무부에서 여권서류가 돌아가기 시작하는데 이것도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다. 이런 난관을 거쳐야 여권이 나오는데 처음 여권을 손에 쥐었을 때는 감격스러울 정도였다. 물론 1회용 단수여권이다. 나갈땐 김포공항에서 출국허가를 따로 받았다. 그 서류 중에 병무청의 병적증명서와 처음 신체검사 받은 병무청의 증명서까지 첨부했다. 외화를 바꾸는 데도 무척 까다로워 한뭉치의 서류가 필요했다. 이런 난관을 거쳐 겨우 비행기를 탔을 땐 정말 하늘에라도 오른 기분이었다. 들어올 때도 특히 세관검사가 까다로웠다. 그땐 해외여행이 드물 때여서 가족 중에 한사람이 나가면 온가족이 김포공항에 나오곤 했다. 밖에 나갔다 올땐 가족은 물론 직장동료와 친지들에게 볼펜이라도 한자루씩 돌리는게 풍습이었다. 그러니 자연 김포공항 검사대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고 어떤 가방을 몽땅 쏟아 부어놓고 물건을 하나씩 주워담게 하기도 했다. 물론 압수되는 것도 많았다. 그때 그 고생을 해본 사람은 지금의 김포공항을 통과할 때마다 감개가 무량하다. 한국에 살땐 더러 짜증날 때도 있지만 김포공항을 드나들땐 정말 개화된 나라에 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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